정치권 인사들이 정부 부처 산하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손쉽게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데에는 공무원들의 취업 제한 규정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관료 출신 퇴직자와 업계의 유착 관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퇴직 후 산하 기관 및 관련 기업 취업 제한을 강화하자, 전직 관료들이 가던 자리를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대외 담당 임원은 “한마디로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며 “공무원들은 최소한의 자질 검증은 받은 사람들이지만 정치권 인사들은 극과 극을 달린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은 공무원 시절 마지막 5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는 취업할 수 없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해당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한 퇴직 공무원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에 제한을 두는 기업 리스트를 매년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부처에서 차관급으로 은퇴한 한 퇴직 공직자는 행정사로 3년간 일하면서 취업 제한 기간을 넘기고 나서 지난해 한 로펌에 취업했다.
퇴임 3년 안에 재취업을 하려는 전직 공무원의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심사의 공정성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인사혁신처 소속 기관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 위촉위원과 정부부처 차관급 임명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로서는 재직 시절 정부 눈 밖에 날 경우 재취업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취업 제한 규정이 공무원 목줄을 쥐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고위공무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과거 이헌재 장관처럼 청와대에 대해 할 말을 하는 공무원은 찾기 힘들다”면서 “청와대에 찍히면 퇴직하고 3년은 꼼짝없이 놀아야 하니까, 탈원전이나 부동산 규제 정책처럼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정책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