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이 0.84명에 그쳤다는 통계가 최근 나왔다. 출생아가 2019년보다 10%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로, 보통 출산율이라고 하면 이를 뜻한다. 출산율 하락은 세계적 현상이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2.1명 이상이 되어야 인구가 유지된다는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이스라엘과 멕시코를 제외한 35국의 합계출산율이 그 이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인구가 감소하는 날이 오고야 만다.
왜 자꾸 출산율이 감소하는 걸까. 찰스 존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구 감소 현상을 연구해 이런 설명을 내놨다.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편익과 비용을 고려해 행동한다. 이는 아이를 낳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적으론 아이를 가질 때 얻는 편익(행복감 등)과 그에 따르는 비용이 같을 때까지 아이를 낳는다. 문제는 아이가 주는 편익이 사회와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 사회에서 ‘신생아 1명’이 주는 편익은 개인보다 사회 쪽에 크다.
성숙한 현대 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태어나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에 경제는 성장한다. 하지만 부모 입장은 다르다. 자신의 아이가 훗날 잡스처럼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해 아이를 낳는 이들은 드물다.
즉, 사회는 신생아가 굉장히 필요하지만, 개인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사회가 개인보다 인구 증가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하는 이유다. 만약 사회의 노력이 성공해 개인이 아이를 낳는 비용이 행복감보다 적어지고, 그 결과 인구가 증가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꾸준히 창출되고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보다 클 때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아이디어’도 하나의 재화이며, 희소할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그런데 아이디어는 한번 세상에 나오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인구가 줄면 ‘1인당 아이디어’는 늘어나게 된다. 희소하지 않으므로 가치가 점점 작아진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 어느 순간 사회적으로도 아이를 키우는 편익이 비용보다 작아진다. 사회조차 인구 증가를 위해 노력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존스 교수는 이를 “사회가 ‘비어 버린 행성(empty planet)’으로 돌진한다”고 표현했다.
존스의 모형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보다, 인구 감소를 가져오는 핵심 요인과 경제적 파급 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데 도움을 준다. 경제 성장의 핵심인 아이디어의 창출이 상당 기간 인구가 감소한 이후엔 지속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 중이며, 지난해 인구가 처음으로 줄었다. 존스의 모형을 생각한다면 인구 감소를 막을 대책은 너무 늦기 전에 세워야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