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 회사 로켓랩은 올 2분기 미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일반 기업공개(IPO) 방식이 아닌 이미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 ‘벡터 어퀴지션 코퍼레이션’과 합병을 통해서다. 스팩은 일반 IPO보다 상장에 짧은 시간이 소요되고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 로켓랩의 가치는 약 41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평가된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8t급의 재사용 가능 중형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2027년 목표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40배 이상 증가한 15억7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다.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을 필두로 민간 우주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기업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재사용 가능 로켓 등 기술 발전으로 발사 비용이 줄어들고 산업용 위성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주 산업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자 투자자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 산업 규모가 현재 3500억달러(약 400조원)에서 2040년 1조달러(약 113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스팩 통한 자금 조달 활발
로켓랩을 포함해 여러 우주 기업이 상장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내 위성인터넷 사업 부문 스타링크를 분사해 IPO를 할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수많은 소형 위성을 연결해 전 세계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렸고, 미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시범 서비스 중이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기기 비용 499달러(약 56만원)에 한 달 요금은 99달러(약 11만원)다.
막대한 자금을 빠르게 모아야 하는 우주 기업들은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로켓 제조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아스트라는 올해 2분기 스팩 ‘홀리시티’와 합병해 상장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회사는 위성을 실어 나를 로켓을 개발 중이며 내년 첫 시제품 출시가 목표다. 아스트라의 기업가치는 21억달러(약 2조3000억원)로 평가된다. 날씨 예보나 선박 추적을 위한 위성을 개발하는 스파이어글로벌과 위성으로 이미지를 찍어 분석하는 블랙스카이도 스팩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가치가 각각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가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주 기업 투자 열기
최근 투자 업계에서 우주 산업은 화제다. 미국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는 이번 달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우주 산업 관련 ETF와 기업들의 주가는 당일에만 5~19%까지 급등했다. 국내에도 해외 우주 기업들의 성과가 전해지면서 관련주들이 상승세다. 연초 8000원대였던 AP위성은 현재 1만7000~1만8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는 3만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5만~6만원대까지 올랐다.
우주 산업은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급증하는 위성 발사 계획과 위성 통신 서비스 상용화 등으로 올해 우주 산업은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 계획된 달 착륙선 개발을 민간 기업들에 맡겼다. 국내에서는 한화그룹이 최근 그룹 내 우주 산업을 총괄할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게임 회사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스페이스X에 1600만달러(약 180억원)를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