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두 판 주면 1만 비트코인 지불할게요. 내일까지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두 판이 좋겠어요.’
2010년 5월 18일 비트코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게시물을 올린 프로그래머 라즐로 헨예츠는 나흘 후 세계 최초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는 데 성공했다. 당시 시세론 약 40달러였다. 비트코인으로 구매가 이뤄진 첫 사례로 기록돼 있다. 이후 비트코인 팬들은 ‘5월 22일’을 피자데이로 정하고 해마다 기념행사를 벌여 왔다. 올해도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추첨을 통한 피자 지급 이벤트 등을 할 예정이다.
통상 피자데이를 앞두고는 가상화폐 투자자와 개발자 커뮤니티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주요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트코인이 급락세를 보여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중국은 최근 가상화폐 채굴까지 금지하는 초강력 규제를 내놓았고, 미국 재무부는 1만달러 이상 가상화폐 거래는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20일 발표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약 6만3300달러) 대비 37%가 하락한 약 4만달러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최근 들어 내렸다고는 해도 피자데이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올라 있다. 당시 헤즐로가 산 피자가 지금 비트코인 시세로 얼마나 하는지를 계산해보면, 이 피자 두 판의 가격은 4억달러(약 4500억원)로 뛰어 있다. 헨예츠가 비트코인으로 산 피자의 현재 가치를 가늠하는 사이트 ‘비트코인 피자 인덱스’에 따르면 당시 피자 한 조각의 현 시세는 2400만 달러나 된다. 피망 한 조각은 96만달러, 베이컨 하나는 375만달러, 양파와 토마토 한 조각은 각각 72만·115만달러에 달한다. 헨예츠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탐욕을 유발한다. 1만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먹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