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했던 아웃렛 식당가가 대변신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가 아웃렛에서부터 꿈틀대자 유통업계가 아웃렛 손님 모시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한 때 아웃렛 식당가는 ‘먹을 것 특별히 없는 곳’으로 꼽혔다. 비교적 저렴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아웃렛의 특성상 식당가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만 배치하면 족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껏 교외 지역까지 갔는데 굳이 아웃렛 안에서 식사까지 해결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 봄 들어 아웃렛 매출이 전년의 두배 수준으로 회복한 점포들이 속속 생겨났다.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손님 끌어들이기엔 식음료가 최고’라는 걸 깨달은 유통업계는 이를 아웃렛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테라스로 나들이 기분 물씬

테라스에 식음료 매장을 배치하는 것은 아웃렛의 지리적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경우다. 탁 트인 테라스에서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온 기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최근 아웃렛 식음료 매장의 공통된 특징이다.

(사진 위부터)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의 푸드테라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텍사스 로드하우스 국내 1호점. 신세계사이먼 파주프리미엄아울렛 테이스트빌리지.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사이먼

테라스형 매장을 꾸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내와 야외를 이어줄 수 있는 ‘폴딩 도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엔 닫아두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문이 병풍처럼 접혀 탁 트인 개방감을 준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이 지난달 새로 오픈한 푸드테라스는 매장 외벽의 절반이 폴딩 도어로 돼있고,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도 여주, 파주 등 전점에 폴딩 도어를 적용했다.

신세계사이먼은 특히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해두는 아웃렛의 특징을 적극 활용해 매장마다 다른 관광지의 콘셉트를 반영했다. 여주점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중부 시골 마을, 시흥점은 스페인 까다께스 해안가 마을을 콘셉트로 잡는 형식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아예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점포는 국내 아웃렛 중 유일하게 ‘한강뷰’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7일 오픈하는 레스토랑 ‘h654’에서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프랑스식 브런치 메뉴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문언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장은 “교외에 있는 아울렛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형 콘셉트의 식음료 매장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국구·해외 맛집도 대거 유치

전국에서 이름 난 맛집을 아웃렛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앞서 백화점에서는 유명 맛집이나 해외 레스토랑을 국내 최초로 들여와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은 이번에 푸드테라스를 꾸미며 11개 맛집 브랜드를 새로 오픈했다. ‘삼성혈 해물탕’과 ‘다리집(분식)’은 각각 제주와 부산에서 이미 잘 알려진 식당이다. 쌀국수 브랜드 ‘띤띤’은 이태원 경리단길의 맛집으로 유명한 집이다.

‘한강뷰’가 보이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의 ‘h654’.

신세계사이먼은 점포가 위치한 지역의 특색을 더욱 강조했다. 여주점에서는 지역 막국수 맛집인 ‘천서리 막국수’, 부산점에는 기장군의 미역국 정찬 맛집인 ‘풍원장 시골밥상집’이 입점해있다. 지역민과의 상생을 하면서도 관광객에게 지역 맛집을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은 아예 해외 브랜드를 국내 최초로 가져왔다. 스페이스원은 지난해 오픈하면서 4628㎡(약 1400평)에 국내 최다인 50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는데 이 중 하나가 미국 1위 스테이크 전문점 ‘텍사스 로드하우스’이다.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이 스테이크 전문점은 1시간마다 직원들이 매장에서 춤을 추고, 땅콩 껍질을 바닥에 바로 버려도 되는 등 미국 본사의 매장 운영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맛집이 소비자의 발길을 끌 수 있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백화점에서 시작된 맛집 유치 경쟁이 아웃렛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이슈되고 있는 다양한 맛집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