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고정 시간 근무에 4대 보험 보장, 인센티브 지급' ‘강남·서초·용산은 배달 건수 채우면 50만원' ‘다른 업체 기사 데려오면 30만원 지급’.
배민·요기요·쿠팡이츠 같은 배달 플랫폼들이 최근 배달 기사 확보를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조건들이다. 인센티브·상금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도 포함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배달 수요는 폭증하고 단건 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 같은 품이 많이 드는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배달 기사 부족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단건 배달을 시작하면서 배달비를 다른 업체의 두 배(최소 5000원)까지 주며 배달 기사를 끌어모았다. 최근에는 배달 기사를 추천하면 300만원 상당의 최신형 오토바이를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까지 벌였다. 지난 10일부터는 준(準)정규직인 ‘이츠친구’를 모집하고 있다.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대신 월급과 실적 수당을 받고 3개월 계약직을 거쳐 주 5일 근무에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된다.
배달의 민족(배민)은 지난달부터 배달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신규 배달 기사에게 최대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기존 기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첫 배달 완료에 5만원, 4주 동안 700건을 완료하면 25만원 추가 지급도 약속했다. 요기요는 배달이 많은 점심·저녁 시간에는 건당 배달료 2000~2500원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통계청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 시장은 9조7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 성장했다. 일반 식당과 프랜차이즈 식당뿐만 아니라 파인다이닝 식당(고급 식당)까지 배달하고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트, 앤제리너스 같은 카페·간식 업체도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 PC방은 손님에게 팔던 컵밥 같은 음식을 배달하며 버텼다. 배달 대행 업체 관계자는 “배달 기사 숫자도 늘어났지만 그 증가율이 배달 시장의 급성장을 따라가지 못해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단건 배달이 확산한 것도 배달 기사 유치전이 치열해진 큰 이유다. 작년 쿠팡이츠에 이어 배민도 이번 달부터 단건 배달을 시작했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을 내세워 작년 말 서울 강남 3구 점유율에서 배민을 제치자 배민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배달 앱 시장에서 점유율이 각각 60%와 13.5%에 이르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모두 단건 배달을 하면 배달 기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배달 대행 업체 관계자는 “업계 1·3위 업체가 단건 경쟁을 막 시작한 데다가 곧 무더위, 장마까지 겹치면 배달 수요는 더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미 서울 일부 지역은 배달 기사 부족으로 배달 지연 사태가 나타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선 주말 저녁 피크 타임에 평소 20~30분 걸리던 배달 시간이 한 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