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하반기 소비 진작을 위해 시행할 계획인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캐시백(cashback)은 2분기(4~6월)에 신용카드로 사용한 금액보다 3분기(7~9월)에 더 많이 사용할 경우, 더 쓴 금액의 10% 정도를 카드 포인트로 돌려줘 현금처럼 쓰게 하겠다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2분기 월평균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인 사람이 7월 150만원을 썼을 경우 증가분(50만원)의 10%인 5만원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 정책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정부 예산이 더 투입되는 역진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득 하위 가구엔 그림의 떡
21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월 94만원을 벌고, 33만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는 월 246만원을 벌어, 34만원 정도를 남겼다. 캐시백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1분위는 신용카드로 더 지출할 돈이 없는 셈이다. 2분위의 경우 흑자액을 전부 신용카드로 쓴다 해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월 3만4000원에 그친다.
소득 상위 가구는 다르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월 평균 950만원을 벌어 328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5분위 가구가 흑자액 전체를 신용카드로 쓰면 월 32만8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소득분위별 카드 사용액 통계는 없지만, 금융연구원이 최근 신용정보관리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표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전체 카드 승인액의 67%를 소득 상위 40%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고소득층이 무한대로 캐시백을 받지 못하게 하는 장치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개인당 캐시백 한도를 30만원으로, 여당은 50만원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이 됐든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이 3분기에 신용카드 사용액을 300만~500만원 늘리면 증액분의 10%인 30만~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분위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3.36명이다. 여당 뜻대로 캐시백 한도가 50만원으로 결정되면, 5분위 가구는 7~9월 석 달 동안 가족 수에 따라 150만원이 넘는 캐시백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게는 국민 지원금을 주고 고소득층에게는 신용카드 캐시백 혜택만 주는 식으로 소득에 따라 지원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여당과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소득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동네마트·식당 등으로 사용처 제한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성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있다. 당정은 신용카드 사용 내역 중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호황을 누린 일부 품목과 사용처에 대해서는 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가구·가전제품·통신기기 등의 내구재는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을 계산할 때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사용이 불가능했던 백화점, 대형마트, 유흥주점, 골프장, 면세점 등에서 사용한 금액도 환급 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반사이익을 봤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사용한 금액도 제외될 방침이다. 신용카드 캐시백의 정책 효과가 코로나로 실질적인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용처가 제한되면 평소 신용카드 사용액 중 동네마트·동네식당 등 사용 가능한 업소에서 쓴 금액에서 증가된 부분만 캐시백이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쓸 수 있는 곳을 제한하면 정부가 예상했던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소비 증진으로 이어진 것은 당시 지급된 14조원 중 30%가량인 4조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 현금을 더 주는 게 그나마 정책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