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산업의 큰 축이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선 중국과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또 폐(廢)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소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완제품 분야에서 올해 1~5월 33.5% 점유율로 중국(44.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희토류 등 원료와 소재에선 중국이 50~70% 점유율로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최근 국내 업체들은 소재 분야 투자에 과감히 나서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8일 포항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SK넥실리스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동박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세계 최대 수준인 연산 20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SK종합화학은 2025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국내 폐플라스틱 자원 순환 사업 중 최대 규모다. LG화학도 익산 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해 합성수지를 생산하고 있다. 일반 합성수지 대비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도 1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울산에 11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과 SKC는 자연 상태에서도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포장 재질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엔 탄소 중립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수소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가스·화학기업인 린데와 손잡고 2023년 초까지 연산 1만 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수소 공장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다. 현대제철은 이미 당진제철소에서 연산 3500t 규모의 수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그룹도 SK인천석유화학의 부생수소를 활용해 2023년부터 약 3만t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소 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려면 물을 전기분해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값싼 전기를 확보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시장 개척은 민간이 하겠지만 생산-운송-저장-수요로 이어지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