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재정비촉진지구를 현장방문한 뒤 재개발사업추진위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7.28.뉴시스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제 와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는 홍남기 부총리 특유의 정신 승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거래가 띄우기 적발? 집값 띄운 게 누군데...”

홍 부총리는 이날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가격, 전세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하여 관계장관 모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의 과도한 집값 상승 기대 심리와 일부 주택 소유주들의 실거래가 띄우기 등 불법‧편법 거래를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최근 정부가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적발한 것을 놓고 홍 부총리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드디어 정부 실패가 아니라 일부 국민의 잘못이라는 핑곗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을 띄운 게 이 정부라는 사실을 먼저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교사 오모(37)씨는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하는 국민들이 한둘이 아닌데, 경제 정책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저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환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정신승리도 이런 정신승리가 없다. 부끄럽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결코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고 또 앞으로도 더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62)는 “서울 등 수도권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제기된 지 오래인데, 공급 대책을 뒤늦게 시작해놓고 이제와서 ‘공급 부족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어이없는 설명”이라며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데 공급을 늘리면 공급 과잉이 될 텐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조정될 수 있다” 해놓고 시기 묻자 “확정적으로 말 못해”

홍 부총리는 향후 이날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주택가격의 조정가능성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주요 관련지표가 보여준 바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여러 국내기관들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도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의 조정가능성을 지적하고 있고, 특히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관리 강화를 시행하게 되며, 대외적으로 미국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는 향후의 시장상황, 유동성 상황, 객관적인 지표 그리고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을 해주셔야 할 때”라고 했다.

기자들이 “고점인 현재 시세에서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이 돼야 정상화라고 볼 수 있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조정이 언제 또 얼마만큼 수준을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또 이렇게 숫자적으로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와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고 시장 거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조정 시기와 조정 규모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다만 “만약에 시장의 어떤 하향 조정 내지는 가격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저는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그런 예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