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청와대가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발표하고, 금감원장 내정자가 정해지면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제팀 진용이 갖춰졌는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체되지 않았다.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1,2차관 등 줄줄이 바뀌었고, 금융위원장, 금감원장까지 교체됐는데 유독 홍 부총리만 유임이다.
그간 여당 일각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신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12월 11일 취임한 이후 홍 부총리는 5일 기준 재임 969일째를 맞아 연일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세우고 있다. “1000일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간 홍 부총리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9일 “계속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을 폭등시킨 홍 부총리를 과도하게 감싸기 때문”이라며 “홍 부총리 등 부동산정책 관료들을 교체하고 고장난 공급시스템부터 바로잡아라”는 성명서를 냈다. 홍 부총리가 주택 공급 부족론을 반박하고 투기수요 억제에 방점을 찍은 부동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다.
앞서 7월엔 여당 관계자들이 소득 하위 80%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한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3월,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을 놓고 충돌했던 지난해 10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 여당과 정부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2월에 이어 여당에서 ‘홍남기 해임’ 주장이 나온 게 네번째였다.
여당과의 갈등에서 홍 부총리는 번번히 물러서 경제사령탑 체면을 구겼지만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홍 부총리를 신임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올 초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을 단행하면서도 홍 부총리는 유임시켰다.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가 정부 실정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정부 고위 관료는 “홍 부총리가 자신의 아이디어로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힘은 없지만 부동산, 고용처럼 정부가 잘못하는 부분을 청와대 대신 온몸으로 막고 있다는 인식을 청와대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