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씀씀이가 600조원을 넘어서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결국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게 된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965조3000억원에서 내년 1068조3000억원으로 103조원(10.7%)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해인 2017년(66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08조1000억원 늘어나는 것이다. 임기 내내 하루 평균 2235억원의 빚을 낸 셈이다.
2014년(533조2000억원) 500조원을 넘어섰던 국가채무는 8년 만에 2배가 됐다. 증가한 535조1000억원의 81%가 현 정부 임기 중에 늘었다.
◇역대 정부 최대 규모 채무 증가
5년간 늘어난 국가채무 408조원은 역대 정부 최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글로벌 금융 위기 대응으로 증가한 국가채무가 180조8000억원이었는데 2배가 넘는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재임 기간을 합친 9년간 증가액(351조2000억원)보다 많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복지 지출 확대 등을 명분으로, 코로나 이후에는 방역과 민생 지원을 내걸고 ‘수퍼 예산안’을 편성하며 나랏빚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복지 지출 확대 등으로 국가채무는 차기 정부 4년 차인 2025년 1408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했다. 국가채무비율은 58.8%로 치솟게 된다.
◇2038년 국민 1인당 국가채무 1억원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 55조6000억원 적자로 전망되는데, 2025년에는 72조6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확장 재정으로 재정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나랏빚이 GDP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은 심리적 마지노선을 깨뜨린 것”이라며 “향후 세수나 성장세가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 상황은 정부 전망보다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2038년에는 국민 1인당 1억원이 넘는 국가채무를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엔 1인당 2000만원꼴인데, 16년 만에 5배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국가채무 증가세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더해지며 1인당 국가채무 부담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진 빚만을 더한 것이다. 국가가 암묵적으로 보증을 서는 공공기관의 채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지급을 위한 연금충당부채는 국가채무 통계에서 빠져 있다.
◇내년 국세 증가율 19.8%. 22년 만에 최고
불어난 예산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 정부는 내년 국세가 338조6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본예산 당시 국세 수입 전망과 비교하면 19.8%(55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외환 위기 이후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었던 2000년(22.7%)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세금이 늘면서 내년 조세부담률이 20.7%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조세총액(국세·지방세 총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2017년 18.8%에서 2018·2019년엔 19.9%로 올랐으나, 2020년엔 19.2%, 2021년엔 18.7%로 내렸었다. 조세총액에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국민부담률도 내년 28.6%에 달한다. 2025년엔 29.2%로 급등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