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축은행이 때아닌 ‘대출 특수’를 맞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작년 말 대비 6% 이상 가계 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풍선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여기를 누르면 저기가 불룩해지는 풍선에 빗댄 것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우니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거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은 5조8000억원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 증가분(3조원)의 2배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분기 저축은행 대출 증가율(27.1%)은 은행(9%)의 3배에 달합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대출창구

이런 와중에 일부 저축은행이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1등급 고객에게도 연 17% 이상의 높은 대출 금리를 매겨 논란이 되는 모양입니다. 지난달 공시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1등급 차주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7.28%나 됩니다. 삼호저축은행과 청주저축은행의 1등급 대출 금리도 각각 16.48%와 15.84% 입니다. 금융지주사 계열인 NH저축은행(6.72%)이나 KB저축은행(8.05%) 등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습니다. 업계 선두인 SBI저축은행(12.11%)이나 페퍼저축은행(9.7%) 등에 비해서도 크게 높습니다.

개별 상품별 대출금리를 살펴보면 1등급 차주에게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금리를 매긴 상품이 적지 않습니다. ES저축은행의 ‘ES신용대출’은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에 대한 평균 금리가 19.99%입니다. 801~900점 차주들의 평균 대출 금리(17.67%)보다도 더 높습니다. 동원저축은행의 ‘동원YES론’(19.52%)과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19.69%)도 1등급 평균 대출금리가 법정 상한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대해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저축은행에 오는 신용 1등급은 이미 대출 한도가 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매력적인 고객도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신용 1등급 대출자는 10%도 안 된다고 추정합니다.

물론 주된 고객 층은 아니지만, 최근 당국이 은행에 이어 카드사 대출까지 억누르면서 저축은행으로 고신용자의 유입이 더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고금리 영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갑작스러운 주거래 은행의 대출 축소로 저축은행에 대출을 알아봤다가 금리를 보고 좌절했다는 후기들이 많습니다. 신용점수가 떨어질 위험을 각오하고서라도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아야 하는 고신용자들은 서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저나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타깃은 이제 저축은행이 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업계에도 작년 말 대비 가계 대출 증가율을 21% 미만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했지만, 국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상반기에 벌써 한도를 넘긴 곳이 17개나 됩니다. 센트럴저축은행(84%), 대신저축은행(79%),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41%), KB저축은행(38%) 등은 한도를 훌쩍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