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 잠재성장률은 2035년(0.96%) 이후 1% 밑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후 2044년에 0.62%로 최저점을 찍는다. OECD 38국 중 꼴찌다. 그 뒤로는 다소 나아지지만 미래 잠재성장률 전망 마지막 해인 2060년에도 0.94%로 1%를 회복하지 못한다. 미국(0.96%), 일본(1.32%), 중국(1.79%)보다 낮다. OECD 국가 평균(1.24%)과 주요 20국(G20) 중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의 평균(1.14%)을 하회한다.
OECD는 “코로나 사태가 유발한 성장세의 하락과 반등 이후에는 OECD 국가와 G20·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성장세가 다시 점진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성장세는 인구구조가 변하고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면서 대체로 하락해 왔고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다른 나라보다 급격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OECD 전망이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인구가 줄어 잠재성장률은 떨어지고, 일해서 세금 내는 사람이 줄어 국가채무는 늘어날 것이란 국제기구들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2019년부터 줄어들고 있는 생산가능인구
그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는 끊이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2.2%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10년 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금융연구원도 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97%로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이 같은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장기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OECD는 이번 미래 잠재성장률 예측에 ‘현 상태의 정책이 유지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복지 확대를 위한 재정 지출 확대가 그대로 이어지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개발 등이 없다면 성장률 하락은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가파른 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수는 2019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 중 경제활동이 활발한 핵심생산가능인구(25~49세)는 2008년 2101만명으로 정점에 올라선 뒤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4년부터 2000만명을 하회한다. 생산할 사람이 줄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줄고 경제 성장의 맥박은 느려진다. 복지 지출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반면 세금 낼 사람이 줄어 세입 기반은 약화된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돈 쓸 곳은 늘어나면서 성장률이 둔화한다는 의미다.
◇노동생산성은 G7의 3분의 2에 그쳐
노동의 투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자본 투입은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영국계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앞으로 30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며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의 생산성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 탓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시간당 생산성은 41.8달러로 10년 전(32.1달러)에 비해선 상당 부분 올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OECD 38국의 평균(54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주요 7국(G7)의 평균인 65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비교 가능한 OECD 37국 중 한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16.4달러), 멕시코(20.2달러) 등 8국에 불과하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노동과 자본은 투입량 확대의 한계가 뚜렷해, 성장 잠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높이려면 기업 규제를 개혁하고 세제 지원을 더해 연구·개발(R&D)과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