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여성 7명 가운데 1명은 자녀가 없고, 이들 가운데 절반은 “앞으로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5년 전에는 무자녀는 9명 중 1명이었고, ‘자녀 계획’이 없다는 여성은 37.2%였는데 크게 늘어났다. 사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 맞벌이 증가, 부부 위주 결혼 생활 선호 등이 겹쳐 자녀가 없는 부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5~49세 기혼여성 606만3000명 중 14.5%인 88만1000명은 자녀가 없었다. 이들 가운데 52.8%인 46만5000명은 앞으로도 출산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기혼 여성이 2015년 조사에서는 29만명이었는데 17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임신 연령대 기혼여성의 기대자녀 수는 1.68명으로 2015년(1.83명)보다 0.15명 감소했다. 기대자녀 수는 이미 낳은 자녀 수에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자녀 수를 더한 수치다. 인구학계에서는 2.1명은 돼야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기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4.6세로 5년 전보다 0.4세 높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현재 30대의 평균 초혼 연령은 27.8세로 40대(26.8세)나 50대(24.5세)보다 높았다. 초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혼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8.3세로 5년 전보다 0.5세 높아졌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기혼 여성들이 출산한 평균 자녀 수는 2.07명으로 5년 전(2.19명)보다 0.12명이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5년 1.24명이었던 합계출산율(가임 기간 중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지난해 0.84명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평균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를 최종 학력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교 이하는 3.42명, 중학교 2.21명, 고등학교 1.9명, 대학 이상은 1.6명이다. 대졸 이상 30대 기혼 여성은 1.27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보는 비율은 크게 증가했다. 초등학생 이하(0∼12살) 자녀를 주간에 부모가 돌보는 비율은 60%로 5년 전(50%)보다 급증했다. 부모를 포함해 조부모나 친인척 등이 돌보는 비율까지 합하면 74%에 달했다.
방과후 학교 등 외부 시설에서 아이를 돌보는 비율은 큰 폭으로 줄었다. 방과후 학교나 돌봄 교실은 5년 전의 절반인 6%로 줄었다. 학원은 26%에서 16%로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 우려로 아이를 시설에 맡기지 않고 직접 돌보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