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박모(32)씨는 2020년 겨울 두 살 아래인 남편과 결혼했다. 회사 선배 소개로 만나 1년 연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씨는 “결혼 초 남편 친구들이 두 살 위인 나를 어떻게 부를지 몰라 머뭇거렸는데, 지금은 다들 ‘제수씨’라고 편하게 부른다”고 했다.
지난 2020년 이 부부 같은 연상 아내와 연하 남편 결혼이 3만853건으로 집계됐다고 2일 통계청이 밝혔다. 남녀 모두 초혼인 결혼(16만6990건)의 18.5%를 차지했다. 역대 최대로,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1990년(8.8%)의 2배가 넘는다. 1995년부터는 26년째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이런 추세와 함께 동갑 결혼이 16.2%(2만7061건)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면서 초혼의 경우 전통적인 결혼 연령 차이인 연상 남편, 연하 아내 부부는 65.3%(10만9076건)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양쪽 모두 재혼인 커플의 경우는 지난 2014년부터 아내가 연상인 부부가 20%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재혼 아내와 재혼 남편의 혼인(2만5190건) 가운데 21.3%(5355건)가 연상 아내와 연하 남편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경우였다.
아내 나이가 남편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커플은 2020년 기준 612건(초혼·초혼 374건, 재혼·재혼 238건)으로 집계됐다.
초혼과 재혼 모두 ‘연상녀+연하남’ 부부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최근 들어 20‧30세대가 배우자의 나이를 따지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일찍 자리 잡은 연상 여성이 신붓감으로서 인기가 늘어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8년 전 6세 연상 아내와 결혼한 최모(36)씨는 “사회생활을 오래한 아내가 모은 종잣돈 때문에 내 집 마련 등 재테크 면에서 큰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직장 생활에서 고충이 있을 때 나보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은 아내에게 많은 조언을 받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했다. 아내 임모(42)씨는 “남편의 철들지 않은 모습이 매력이라 결혼했다”며 “아이가 오랫동안 생기지 않아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생각도 했는데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서 잘 키우고 있다”고 했다.
2005년 3세 연하 남편과 결혼한 직장인 박모(47)씨는 “결혼 초기에는 취직도 하지 않아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했던 남편이 경제 관념이 없었던 데다 시댁이나 친정 경조사를 챙길 줄도 몰라 남몰래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는데 지금은 든든하기 그지없다”며 “남편이 결혼 초기에는 ‘누나’라고 했는데,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여보’라는 호칭을 습관화한 게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