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 227차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제 140차 대외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해외투자자 시장접근성 제고와 외환시장 안정성 유지를 함께 고려하면서 외환거래시간 연장,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외환시장 개선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뉴스1

정부가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해외 금융기관의 외환시장 참여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25일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국제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고자 이 같은 방안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1992년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한국이 30년 만에 승격을 노리는 것이다. 2008년, 2015년, 작년에 이어 네 번째 도전이다.

◇선진 지수 편입되면 투자금 유입

MSCI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지수다. 세계 각국을 선진(DM)·신흥(EM)·프런티어시장(FM)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중국, 인도 등 25국과 함께 MSCI 신흥 지수에 포함되어 있다. 반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23국은 선진국 지수로 분류된다.

선진 지수 편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선진 지수로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이 18조~61조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코스피가 4000선까지 올라갈 수 있는 유동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 주식 직접 투자가 허용된 1992년부터 작년까지 29년간 코스피는 3배 올라, 같은 기간 20배 오른 미국 나스닥이나 10배 오른 독일 닥스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규모가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최소 2배 이상”이라며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펀드가 날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 지수 편입은 증권시장의 호재”라고 했다.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될 듯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환시장 개방 문제였다. 현재 한국 원화는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거래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선물(先物) 거래만 가능할 뿐 현물은 불가능하다. MSCI는 “24시간 거래 가능한 역외 원화 거래 시장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성을 우려한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 완전 개방을 반대해 왔다. 1997년 외환 위기의 트라우마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MSCI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나라들이 역외 외환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환 당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의 불만 중 원화 거래 시간 연장은 정부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런던의 투자자들이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 마감하는데, 그 시각에 원화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해외 금융기관의 외환시장 참여도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원화의 역외 거래를 허용하려면 국내외 참여자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야 하는데, 국내 참여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선진 지수 편입은 빨라야 2024년

정부는 6월까지 외환 제도 개선 로드맵을 만들어 MSCI 측과 선진 지수 편입을 논의할 계획이다. MSCI 선진국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watch list) 등재가 1차 목표다. 관찰 대상국에 오르더라도 최소 1년은 지나야 지수 편입 대상이 된다. 지수 편입은 편입 결정 후 1년 뒤다. 빨라도 2024년 이후에나 선진 지수 편입이 가능한 것이다.

정권 말에 MSCI 선진 지수 도전 4수(修)에 나서는 것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정부가 작년 11월 MSCI 선진 지수 진입 의지를 밝힌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해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환 거래 제도를 손보기 전에 준비부터 충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사시를 대비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고 한미 통화 스와프를 재개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를 줄여 중국발 외풍을 차단하는 구조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삼모 동국대 교수는 “안전판을 구축하지 않고 외환시장 개방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수비는 하지 않고 공격만 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