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과에 다니는 대학생 강모(23)씨는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씨는 “요즘 회계사 연봉이 높아지고, 업무량은 전보다 줄었다는 장점이 부각돼 회계사 시험에 뛰어드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회계사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늘었습니다. 2019년 9677명이던 회계사 시험 응시자는 2020년 1만874명, 2021년에는 1만3458명으로 늘어나더니 올해는 1만5413명에 달했습니다. 3년만에 59%나 증가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사 시험 열풍이 불고 있는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회계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일단 연봉이 두둑해졌기 때문입니다. 4대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요즘 회계사를 채용하면 첫해 연봉 6000만원대 이상을 내걸고 5년 차에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업무량에 비해 월급이 적다는 불만이 많아 신입 회계사가 쉽게 그만 두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연봉을 높였다”고 했습니다.
연봉 인상은 2020년부터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서 회계법인들의 수입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해졌습니다. 기업들은 6년간 자유롭게 회계법인을 선임한 뒤 3년간은 금융 당국이 지정해주는 다른 회계법인을 선임하게 됐습니다.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으려고 생긴 제도인데요. 회계법인들이 기업들의 눈치를 보며 ‘을’로 끌려다니는 현상이 많이 해소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감사 수수료 협상에서도 목소리를 키울 수 있죠. 회계법인들의 2020년 매출은 4조3640억원으로 전년보다 11.3% 급증했는데요. 회계감사 부문만 떼어보면 매출 증가율이 15.8%에 달했습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도 취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응시자가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한 수험생은 “1차만 합격하더라도 입사 전형에서 우대를 해주는 기업들도 있고, 금융 공기업 준비로 방향을 틀어도 공부해놓은 것들이 입사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더군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감사 시즌이면 밤샘을 밥 먹듯이 했다는 강도 높은 근무가 옛말이 된 것도 회계사 인기가 높아진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