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이 작년 말 원전을 추월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수십조 원을 투자해 산·호수·논밭·염전·바다 등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발전량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신안젓갈타운' 야외공연장에서 26일 '신안태양광 발전사업 준공식'이 열렸다. 이날 산업통산부장관, 신안군수, 국회의원, 신안태양광 관계자들이 참석했다./2022.01.26./김영근

8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4.3GW(기가와트)로 원전(23.3GW)을 앞섰다. 신재생에너지는 5년 동안 15GW 급증했다. 국내 대부분 원전 설비 용량이 1GW급인 점을 감안하면 원전 15기와 맞먹는 규모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는 대부분 태양광(14.2GW)에 집중됐다. 1㎿ 건설에 태양광은 15억~17억원, 육상 풍력은 25억원 정도 드는데 문 정부 5년 동안 태양광·풍력 발전을 늘리려고 24조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하지만 전체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16년 4.8%에서 2021년 7.6%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조원 정도를 투자해 원전 2기를 건설하면 되는 전력량을 만들기 위해 2배가 넘는 돈을 쓴 셈이다.

반면 원전 설비용량은 2019년 신고리 4호기가 운전을 시작했지만, 월성 1호기가 가동을 중단하며 5년 사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발전량 비율은 30%에서 27.1%로 낮아졌다. 문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탈석탄을 추진했지만 석탄 발전 설비는 5년 새 5.8GW 늘었다. 다만 석탄 발전량 비율은 5년 사이 39.6%에서 34.3%로 5%포인트 넘게 줄었다.

여수 어선 600척 시위 "해상 풍력발전 반대" -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국동항 인근 해상에서 어선 600여 척이 해상풍력 발전기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여수시 연·근해에는 4.7GW 규모로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 농·어민들이 일터를 빼앗길 처지에 놓이면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여수=김영근 기자

우리나라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입지 조건은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불리하다. 세계은행(World Bank)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잠재력은 세계 157위에 그친다. 위도와 일조량에 산지나 강같이 태양광을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적인 제약 요건을 반영한 수치다.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나미비아가 200여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북한(147위)보다 아래 순위였다.

넓은 면적이 필요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급증하면서 농어민은 일터에서 쫓겨나거나 쫓겨날 신세가 됐고, 발전소 건설과 송전선 확충을 두고 전국 곳곳에서 주민 반발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전남 여수 어민과 어민 단체는 4.7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어선 600여 척을 동원해 해상 시위를 벌였다. 제주도에서는 전력 수요와 송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후죽순 생겨난 재생에너지 탓에 풍력 발전기를 강제로 세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가 기술·경제적으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도입하다 보니 빚어지는 신재생에너지의 역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