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전문가들은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부족한 세금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소득과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대통령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국회공동취재단·뉴스1

☞ ①/②편에서 계속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 부원장과의 대화는 대통령 후보들의 부동산 세금 공약을 넘어, 근로소득세, 법인세, 가상자산 과세 등에 대한 공약과 향후 시행 전망으로 이어졌다.

근로자·사업자 세부담은 늘지 않을 듯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은 어떻게 변할까?

“기획재정부의 2021년 세입결산 상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각 세목별 세수 증감 상황을 알 수 있다. 2021년 근로소득세는 47조2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38.9% 증가했다. 반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재산 관련 국세는 같은 기간 28조1000억원에서 68조1000억원으로 2.4배 증가했다.

이 후보는 당선이 되어도 근로소득세를 별로 늘리지 않을 것이다. 근로소득세는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이 고정되어 있는 반면, 시간이 갈수록 임금이 상승하면서 임금 상승분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률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은 매우 큰 셈이다. 또 코로나 사태로 폐업 신고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세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지난 2월 12일 영업을 마친 대구시 수성구의 한 횟집에서 종업원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뉴스1

—윤석열 후보는?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손을 댈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윤 후보도 이러한 경제 대세를 따를 것으로 본다.”

법인세 정책은 엇갈릴 듯

—법인세는 어떻게 될까?

“대선 후보들마다 기업에 대한 시각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쑥쑥 성장하는 기업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법인세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인세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법인세 부담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 국가의 전체 세수 규모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법인세의 세율이나 과표구간을 대폭 하향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현재의 틀 위에서 세수를 늘리기 위해 실적이 좋은 일부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과표 조정을 통해 미세하게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친기업 성향인 윤 후보의 경우에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 자산의 감가상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안을 찾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법인세 측면에서는 서로 엇갈린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동 사옥./삼성전자

—각 개인이 소득이나 보유 재산에 대해 내는 직접세와 달리,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 없이 상거래 당사자들이 거래 행위마다 거래금액의 10%를 낸다. 재정지출을 많이 하려면 이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려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과거 재정학자들 사이에서는 세수가 부족할 경우 부가가치세율을 현재 10%에서 12~15% 정도로 올리는 증세 방법을 이야기했었다.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의 세율이 아직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도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고 있는데 대부분 세율이 15~20% 수준이다. 다만 우리보다 부가가치세를 늦게 도입한 일본이 한 때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올렸다가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부가가치세는 어느 후보든지 간에 다음 대통령이 되어 증세할 필요가 있을 경우 다른 세목보다 먼저 검토해 볼만한 대상으로 언급될 것이다. 하지만 때가 좋지 않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물가가 오르는데,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점점 누더기가 되어가는 세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모두 가상자산 거래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공약을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 보다는 표를 의식해 공약을 했다. 가상자산의 매매 차익을 금융투자소득세로 간주해 2023년부터 연간 매매차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22~27.5%의 세율로 과세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라는 것은 사실은 부동산이나 주식 거래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와 성격이 같다. 실현된 자본이득(realized capital gains)을 과세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도소득세와 동일한 기본공제 금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세금을 매겨야 한다. 그러니 기본공제 금액이 250만원이든 상향된 금액이든 두 세금은 보조를 맞춰야 한다. 비트코인은 투기가 아니고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나? 차별 과세로 인해 20~30대와 50~60대 간의 세대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노 전 부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렇게 조세 체계를 자꾸 쪼개서 세목을 신설하며 세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세 체계는 매우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들이 수긍하고 따르기가 쉽다. 그런데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자꾸 세목을 만들면서 세제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가상자산의 경우에도 효용성은 부동산보다도 못한데, 20~30대가 가상자산 거래를 많이 하니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부동산 거래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을 준 것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젊은 층의 표를 얻기 위해 가상자산에 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라이브센터 현황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뉴스1

노 전 부원장은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가 조세 항목들을 계속 쪼개가면서 과세를 하는 바람에 조세 체계가 너무 복잡해져 조세 행정의 비효율성이 크게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세제를 복잡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이 보유한 주택 채수에 따라 중과세를 한 것이다. 한 개인이 보유한 주택 채수에 따라 취득세율, 종합부동산세율, 양도소득세율이 모두 차별화됐다. 예를 들어 주택의 경우 이미 주택 가격 혹은 거래 차익의 규모에 따라 세율이 누진적인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개인별 보유 채수에 따라 누진 구조를 추가로 만들었다. 그러니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주택자 여부에 따라 너무 계산이 복잡해서 수임을 포기하는 세무사까지 나오지 않았나?

20억원짜리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보다 10억원짜리 집을 2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주택자라는 점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또 취득 당시에는 주택이 아니었던 것도 보유기간 중에 정부가 투기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으로 지정하면서 소유자를 2주택자로 만들어 세금을 떠안기는 것이 과연 공정한 조세 행정인가?”

—그러면 어떤 정책을 써야 했나?

“선진국의 경우 주택의 보유에 대한 세금은 주택 소유자 기준이 아니라 개별 주택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이자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세제는 단순해야 하는데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사회적 낭비가 심해졌다. 그래서 정부의 세수 예측도 크게 엇나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의 세수 예측이 대실패한 이유

—지난해 정부 세수가 당초 예측한 것보다 60조원 가량 많이 걷혔다. 세수 예측이 왜 그렇게 크게 틀렸나?

“올해 세수 예측은 전년도 실적에 세법 개정의 효과를 반영해 이뤄진다. 지난 2018년 4월 1일 이후 다주택자 중과세 조치가 본격 시행됐는데, 세법 개정 및 하위 규정들이 너무 복잡해 세수 추계 모형에 넣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세수 추계가 엉망으로 나왔다고 본다.”

—문 정부의 조세 정책 가운데 잘못된 사례를 하나 더 든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보유세 과세를 강화했는데, 그래도 당시에는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거래세인 취득세는 깍아줬다. 부동산 과세표준 현실화 요인도 있어서 2006년 개인간 주택거래세율의 합이 4.6%에서 2.85%로 크게 인하됐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유세는 강화하면서 취득세 경감은 빠졌다. 원칙이 없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면서 거래세는 낮추는 원칙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문재인 정부 때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 19일 밤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소감을 발표하는 노무현 대통령./전기병 기자

—이 후보와 윤 후보 외에 다른 후보자들의 조세 정책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점이 있다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속세 폐지를 선언한 적이 있다. 현행 상속세 제도도 우리가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 회사의 오너 입장에서는 법인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상속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과 관련한 상속세에는 미비한 부분이 많다.

상속세 부분에 대해서도 손을 봐야 하는데 선두권 대선 후보 가운데 여기에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대통령이 되고 나면 한국경제의 발전과 고용안정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

바람직한 조세 정책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 분석에 대한 질문은 끝났다. 시각을 더 넓혀, 오랫 동안 조세정책에 직접 관여하며 경륜을 쌓은 그가 보는 바람직한 조세정책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조세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재정학 교과서를 보면 바람직한 조세정책의 특성으로 두가지를 든다. 첫째, 조세 중립성이다. 조세정책이 갖는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가장 좋다. 둘째, 형평성이다. 조세정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적용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 특성보다는 납세자들의 신뢰도를 가장 중요하게 꼽고 싶다.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이 높아도 자신이 내는 세금이 내 가족과 자녀와 공동체에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고 생각하도록 세금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세제(稅制)와 세정(稅政)과 납세자(納稅者)가 삼박자를 이뤄야 조세 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제, 세정, 납세자가 따로 가면서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세금을 직접 걷는 일을 하는 국세청의 세종시 본청 건물. 문제인 정부 들어 조세저항이 심하게 일어나면서 국세청의 세금 징수 업무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뉴시스

—사례를 들면?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종합부동산세 상의 다주택자로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상이 되어 세금이 부과되는 바람에 반발이 발생한 경우이다. 부모의 시골 농가 주택을 자녀들이 공동상속 받았을 경우 서울에 사는 자녀들은 100만원의 가치 밖에 나가지 않는 시골 농가의 지분 때문에 다주택자가 되어 종부세 중과 대상이 된다.

세무 당국이 처음에 조세 제도를 디자인할 때 그런 것까지 당연히 고려해 계산해야 했다. 세제의 설계가 잘못되니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납세자 신뢰가 떨어지고 조세저항이 일어난 것이다. 바람직한 조세 정책이 아니다.”

조세저항이 일어나는 이유

—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봐야 하나?

“우리 국민들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세금을 많든 적든 당연히 내야 한다고 의무감을 느끼기 보다는 내는 사람만 내고 내도 쓸데 없는 곳에 낭비되니 자기 돈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금을 내도 자신에게 그 혜택이 돌아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이 조세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면 조세저항이 심하게 일어난다. 지난 2020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금을 내면 혜택이 납세자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정부가 지출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정상적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아 세금을 내어본 사람, 납세의 어려움을 절감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대건설에서 월급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 정도 아닐까?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냈겠지만 예전에 개인 사업자들은 세금 부담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본인들이 어렵게 돈을 벌어 직접 세금을 신고하며 내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노 전 부원장의 지적이 이어졌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세종시 지자체 선거 때 벽보에 붙은 한 지자체장 후보의 세금 납부 내역을 보니 5년간 2000만원 정도 냈다고 되어 있었다. 그 나이와 과거 경력에 비추어 볼 때 납세 규모가 그 정도라면 세금을 거의 안 낸 사람들이다. 납세 고민을 많이 안해 본 정치인들이 좋은 조세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조세저항 줄이려면

—아무리 기획재정부가 조세 제도를 잘 만들고 국세청이 효율적으로 세금을 징수한다고 해도 국민들 가운데 세금을 자진해서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줄이려면?

“납세자, 특히 자영업자들이 성실신고를 하도록 유도할 수 밖에 없다.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세무 당국이 일일이 간섭을 하면 세금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것보다는 미국 IRS(국세청)처럼 사업 초기 단계에는 모니터링(monitering)만 하고 세무 조사를 자제하다가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엄격하게 세무조사를 시작해 과거의 미신고와 과소신고까지 포함해 매우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치가 효율적이라고 본다. 모든 납세자를 대상으로 저인망식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모니터링만 하다가 불법 사례가 적발되면 일벌백계하는 형태가 납세자들의 성신신고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본다.”

미국 국세청(IRS)은 평소에는 모니터링만 하다가 일단 세무조사에 적발되면 일벌백계로 엄벌하는 방식을 사용해 기업들의 평소 성실신고를 유도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IRS 본부 건물./미국 재무부

노 전 부원장이 이 대목에서 갑자기 맹자 이야기를 꺼냈다. 역대 사상가 중에서 그의 조세 철학에 가장 공감한다고 했다. 노 전 부원장은 “맹자는 하늘의 때(天時)가 땅의 이로움(地利)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이 사람들의 화합(人和)만 못하다고 했다”며 “주나라의 정전제(井田制)를 모델로 삼아, 국가가 생산요소인 토지를 주고 조법(助法)을 통해 적절한 세금을 걷어가는 것을 인의(仁義)정치의 핵심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먹고 살게 하면서 적절하게 세금을 걷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맹자 발언의 의미를 노 전 부원장은 해석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구성원을 화합시키는 왕도(王道)정치를 하지 못하고 잘못된 조세정책으로 분열과 대립을 만든 패도(覇道)정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맹자는 주나라 시대의 정전제를 모델로 삼아, 올바른 조세 정책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봤다./바이두

—문 대통령의 부동산 세금 정책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전 부원장은 세제 중에서도 부동산 세제 전문가인데, 부동산 세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세제를 우선적으로 동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잡기 위해 세금폭탄 정책을 제일 먼저 썼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았다. 이후에 금융을 동원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겨우 가격이 잡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뒤늦게 이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에는 금융정책을 먼저 쓰고 조세정책은 뒤에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부동산 정책의 교훈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는 이런 교훈을 잊어 버리고 조세정책을 먼저 쓰는 바람에 똑 같은 실패가 반복됐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독특한 전세 제도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금융과 관련된 측면에서 먼저 접근했어야 한다. 옛 교훈을 잊고 무지한 정책을 쓴 결과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이렇게 엉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대통령 취임 후 어떤 세금이 늘까?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을 훌쩍 넘어섰다. 사무실 관리인이 다가와 문 닫고 퇴근할 시간이 됐다고 눈치를 줬다.

3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노 전 부원장은 조세정책 전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제시했고, 이 사례에 대한 평가와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부동산 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고 견해도 명확했다. 40년 넘게 주택 시장과 조세 정책을 연구하면서 체득한 경험과 경륜이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인터뷰 주제인 차기 대통령 취임 후 국민들의 세금 부담 변화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어떻게 바뀔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과세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만약 주식 거래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면 세수 효과는 상당히 많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 세수가 10조3000억원이었고 양도소득세 세수가 37조원이었다. 그 동안 일부 주식 거래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됐으나, 내년부터는 주식 거래 해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내면 금융투자소득세가 징수되기 시작한다. 주식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 부과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정부가 얼마나 더 걷을 수 있을까?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면 증권거래세를 좀 낮춰줘야 하겠지만, 그래도 금융투자소득세로 15조~20조원은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에 큰 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든, 일단 5000만원 이상의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를 시작한 뒤 그 기준 금액을 3000만원, 1000만원으로 점점 낮춰가면서 과세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주식 부문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 모습./뉴시스

—새로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세금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세금 제도 때문에 세대간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20~30대, 40~50대, 60대 이상의 세대 간에 조세 정책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 정책을 선호하는 층은 40~50대이다. 이들 중에는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산 과세보다는 근로소득 등 개인소득세 중심으로 세금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노 전 부원장의 마지막 발언이 이어졌다.

“그런데 은퇴한 사람들은 근로소득이 없기 때문에 자산 과세를 중요시하여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인상에 민감하다. 이 사람들은 근로소득자에게 주어지는 의료비 공제나 신용카드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노령층이 계속 늘어나는 까닭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 모두 손을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근로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상관 없이 개인별로 모든 소득을 합산한 뒤 생활에 필요한 각종 비용들을 경비로 산정해 빼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어 세원이 많이 양성화됐기 때문에 사업소득자에게도 의료비, 이사비용, 신용카드 사용액 같은 비용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개선이 이뤄져야 세대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 부원장이 지난 2월 18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대선 후보들의 조세 공약을 바탕으로 당선 후 국민들의 세금부담 변화를 전망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 ①/②로 되돌아가 보기

(‘이어 보기’ 아이콘이 작동하지 않으면 검색창에 ‘노영훈 조세정책’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