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 21일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을 받으려고 은행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달 초 대출을 신청할 때는 최대 대출 한도 4억8000만원을 연 3.8% 금리로 빌릴 수 있었는데 한 달여 만에 조건이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이자는 연 4.2%로 뛰고, 한도는 4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시장금리 오름세가 반영돼 대출 한도는 줄고 금리는 오른 것이다. A씨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로 주택대출을 받는 게 당연히 유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고정금리까지 이렇게 단기간에 뛰어오르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실제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는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는 3.982~5.75% 수준으로 올해 초(3.6~4.978%)와 비교해 상단이 0.77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작년 1년 동안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가 오른 폭(0.788%포인트)과 맞먹는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3차례 이상 더 인상할 경우 시중 대출금리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조만간 주택대출 최고 금리가 6%를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 상승은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뛴 영향이다. 5년물 금리는 1월 첫째 주만 해도 연 2.2%대였는데 지난 14일 2.794%로 올라 2018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채권 금리도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는 최근 소폭 내렸다.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1.64%로 한 달 만에 0.05%포인트 떨어지면서 금리에도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변동금리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주택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다면 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걱정에 무턱대고 변동형 주택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보다는 어떤 게 더 이익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만약 주택대출을 고정금리에 비해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로 받아두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면, ‘잔액 기준 코픽스’를 지표로 삼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에 비해 시장금리의 오름 폭을 반영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