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2′의 성능 논란이 일면서 이용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카페를 개설했고, 온라인에서는 27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품질 불량을 계기로 지시했던 ‘애니콜 화형식’까지 거론되고 있다.
논란이 벌어진 건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트리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기능 때문이다. GOS는 고사양·고화질의 게임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실행하면 활성화되는 기본 탑재 앱이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조절해 화면 해상도를 낮추는 등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춘다. 고사양 게임은 처리할 데이터와 전력소모가 많아져 스마트폰 발열이 심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삼성전자는 이전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GOS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갤럭시S20까지만해도 이 정도로 성능이 저하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특히 고성능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자들은 유료 앱 등을 사용해 GOS 작동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S22 시리즈 GOS의 작동을 막는 게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문제는 GOS가 활성화되면 스마트폰 성능을 떨어트려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소위 ‘버벅거림’이 심해진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사이트 ‘긱벤치’의 개발자 존 풀이 트위터에 올린 자료를 보면 ‘갤럭시S22 울트라’에서 GOS가 켜지면 성능 점수가 기존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GOS가 고사양 게임뿐 아니라 일반 앱 실행 때도 켜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튜브 등을 쓸 때도 소위 ‘버벅거린다’로 표현되는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 “이건희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
이용자들은 “역대급 성능이라고 광고해서 100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 정작 성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건 소비자를 기만한 거다” “시속 300㎞ 달리는 스포츠카 샀는데 알고 보니 속도제한 걸린 자동차”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GOS 조작, 중국에서 걸려서 욕먹던 거 아닌가. 이건 대놓고 소비자 기만”이라며 “이 회장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이 회장이 1995년 지시한 ‘애니콜 화형식’을 언급하면서 “그립습니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무리한 제품출시로 당시 삼성의 휴대전화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자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 채 총 500억 원어치의 휴대전화를 태웠다.
집단 소송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일 개설된 네이버 카페 ‘갤럭시 GOS집단 소송준비방’에는 4일 1500명 넘는 이들이 가입했다. 해당 카페 운영자는 3일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허위 광고에 속은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34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삼성전자 “업데이트 이른 시일 안에 실시 예정”
삼성전자는 진화에 나섰다. 4일 삼성멤버스 등 공지사항에서 “GOS에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데이트와 별개로 이상 과열에 따른 기능 차단 등 GOS의 기본 기능은 이전처럼 작동한다. 향후 업데이트가 적용되면 GOS 활성화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GOS가 게임 외에 다른 앱에서도 실행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OS앱은 사용자들의 안전성을 위해 게임에만 활성화된다”며 “넷플릭스나 다른 앱에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