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산 1조 원 이상 상장회사는 물적 분할을 할 때 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을 공시해야 한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리·독립한 이후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기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6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분할이나 합병 등으로 기업의 소유 구조가 바뀔 때 주주를 보호하는 대책을 명시하도록 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각 상장사가 지배구조 핵심 원칙을 지키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공시 자료다.
금융위의 개정안에 따르면 물적 분할을 하는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자체적인 주주 보호 방안을 적어 넣어야 한다. 소액주주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지, 반대 주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공시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위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의 주요 내용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담도록 했다. CEO 후보는 어떻게 선정되고 관리하는지, 누가 CEO 승계 정책을 운영하는지 등을 자세히 적어 공개하라는 의미다. 이번 개정안은 올해 보고서 제출분부터 적용된다. 제출 시한은 5월 말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기업은 자산 1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다. 올해의 경우 265개 상장사가 대상이다. 작년까지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대상이었지만 올해 확대됐다. 2024년부터는 자산 5000억원 이상,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금융위가 물적 분할을 둘러싼 주주 보호 방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방안은 기업들이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하는 성격이 강하다. 자세한 이행 의무를 구체화시키지 않았고, 스스로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선이 끝나면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모두 물적 분할 후 재상장에 대해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에서는 추가 대책으로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분할하는 회사의 신주인수권이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도입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추가 대책이 시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것이 금융위 자체 권한으로 가능한 것과 달리 신주인수권이나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방안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