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서 한 직원이 압수한 ‘특S급‘으로 불리는 위조 가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짝퉁 명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루이비통이 지난해 에르메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명품 시장은 물론 짝퉁 시장에서도 더 비싸고 희소한 제품을 선호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브랜드별 지식재산권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세관에서 적발된 짝퉁 1위(금액 기준)는 에르메스(282억원어치)였다. 적발된 의류잡화 품목(883억원어치) 중 32%를 차지했다. 루이비통(180억원어치)은 2위였다.

관세청이 짝퉁 단속 실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루이비통은 롤렉스에 1위 자리를 내준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 4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20년에는 루이비통 짝퉁 적발 규모가 1034억원어치로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명품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을 보유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더 희소한 명품을 원하는 트렌드가 모조품 시장에까지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짝퉁 구매 및 판매 경험이 있는 김모씨는 “루이비통은 짝퉁 시장의 오랜 스테디셀러였지만, 요즘은 명품 중에서도 허들이 높기로 유명한 에르메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메스는 상품을 보기도 어려워 ‘영접(귀한 물건을 실물로 직접 본다는 뜻)’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모조품이 더 정교해지면서 가격이 뛴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몇백만원짜리 샤넬 백 가품을 10만~20만원에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80만원도 넘는다. 대신 더 정교해졌다”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품도 비싸졌기 때문에 기왕 살 때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고가의 브랜드 모조품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