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로 인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공포, 한국에선 여전히 악화되는 코로나 등 증시엔 악재가 많다. 불안과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다음주 시장의 시선은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집중될 전망이다.
3월 15~16일(미국 시각)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두 달 만에 열린다. 일본은행과 영란은행(영국)도 잇달아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연다. 이른바 ‘수퍼 중앙은행 위크’에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체크포인트 1: 연준 기준금리 인상할 듯, “문제는 속도”
지금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상황과 올해 들어 확실한 긴축(돈 풀기 축소)으로 돌아선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 두 변수에 억눌려 힘겹게 움직이고 있다. 40년 만에 최고치(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7.9%)로 올라 있는 미국의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올릴지, 이런 연준의 계획에 전쟁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이다.
공포 가운데 3월 15~16일 연준의 FOMC 회의가 열린다. 연준이 코로나 이후 사실상 제로(0%)로 묶어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얼마 전까지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점점 심각해져 연준이 기준금리를 통상적인 0.25%포인트의 두 배 수준인, 0.5%포인트 올릴지 모른다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파월이 최근 미 의회에 출석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싶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를 인상하자고 제안하겠다”라고 방향성을 내놓았고, 덕분에 ‘빅스텝(0.5%포인트 이상 인상)’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2018년 12월 이후 첫 인상이 된다.
투자자들의 더 큰 관심은 이번 회의 이후의 금리 인상 속도다. 이에 대해 파월과 FOMC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은 의회에 나와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 인상은 없으리라고 시사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상황을 들어 “앞으로 한동안은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질 위험이 커진 상황이며 연준은 물가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인플레 파이터’로 유명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처럼 기억되고 싶다고도 했다. 연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만약 파월이 곧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시장엔 악재다.
FOMC 회의 결과(기준금리 및 경제 전망)는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3시에 나온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오전 3시30분 시작된다.
18일 오전 11시30분엔 일본은행이, 다음날엔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낮은 편이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부터 이미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영란은행은 이번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체크포인트 2: 성장률 목표치 낮춘 중국, 산업 체력은?
글로벌 증시를 불안하게 하는 또하나의 변수는 중국의 경기 둔화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5% 전후로 잡았다. 지난해엔 ‘6% 이상’으로 목표를 걸고 8.1% 성장했는데, 기대치를 크게 낮춘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세계 전염병이 계속되고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이 부족하고 상품 가격이 크게 변동하고 있다”고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를 밝혔다. “중국 경제 발전은 수요 축소, 공급측 충격, 장기 (성장) 약세라는 3중 압력에 처해 있다”고도 했다.
중국 경제의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산업 생산 지수’가 15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각 기준) 발표된다. 산업 생산 지수는 여러 산업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다. 시장 전문가들은 2월 중국의 산업 생산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9% 정도 상승했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월(4.3%)보다 다소 낮아진 수준인데, 이보다도 더 낮게 나온다면 중국 및 중국으로의 수출이 많은 한국 증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체크포인트 3: 미국 주택가격 식을까
19일 오후 11시전미부동산협회가 발표하는 미국의 주택 판매 통계도 관심사다. 미국은 소비자물가 산정 때 집값도 포함하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급등한 집값이 다소 진정된다면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막기 위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불안을 약간은 누그러뜨릴 수 있다.
미국에서 판매된 주택의 중간 값은 지난해 12월 35만4000달러에서 지난 1월 35만300달러로 조금 낮아졌다. 만약 이 가격이 더 내려간다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소 해소하는 요인이어서 시장엔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