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61만명의 산업은행 개인고객들은 전국 634개 하나은행 영업점에서도 입출금과 송금 등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다. 영업점이 61개뿐이어서 불편했던 산은 고객들의 편의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처럼 인터넷 은행 등의 추격에 위협받는 기존 은행들이 다른 은행과 점포를 합치는 방식으로 제휴를 늘리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직원이 제휴와 관련한 고객 안내문을 들고 있는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29일부터 산업은행 개인 고객 61만명은 전국 612개 하나은행 지점(출장소 등 포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입출금, 송금, 잔액 조회 등이 가능해진다. 기업 금융에 강한 산업은행과 개인 금융 강자인 하나은행이 각자의 역량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기로 손을 맞잡으며 생겨난 실험적 ‘하이브리드’ 점포다. 간단한 업무로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대출까지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두 은행은 ‘윈윈’ 효과를 노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점이 적다는(전국 61개) 취약점을 극복하고, 하나은행은 지점 방문객을 늘려 자사 금융 상품을 홍보할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점이 ‘0개’인 인터넷 은행 및 빅테크 계열 금융사의 공격적인 추격에 위협을 받고 있는 기존 은행들이 경쟁사인 다른 은행과 점포를 제휴하거나 합치는 방식으로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산업·하나은행처럼 지점 업무를 제휴하거나, 임대료 절감을 위해 한 점포를 빌려 나눠 쓰는 등 ‘적(敵)과의 동거’에 나서는 것이다.

◇‘한 지붕 두 은행’ 늘어난다

이처럼 빅테크 금융 플랫폼의 등장과 비대면 거래 확대라는 디지털 환경에 맞닥뜨린 은행은 지점도 맘대로 줄이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 은행 CEO는 “수익성을 고려할 때 이용객이 주는 오프라인 영업점은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 때문에 무작정 없앨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공동 점포 추진은 비용 절감과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어려운 과제 두 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타협책”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던 은행과 공동 점포를 여는 등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다음 달 중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에 첫 공동 점포를 낸다. 신봉동은 두 은행 모두 비용 절감을 위해 작년 9월과 12월에 기존 점포를 폐쇄했던 곳이다. 165㎡(50평)짜리 공간을 두 은행이 절반씩 나눠 쓰고 임대료도 반씩 낸다. 이른바 ‘한 지붕 두 은행’이다. ‘리딩 뱅크’를 두고 경쟁해온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손을 잡을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 경북 영주시에 열 공동 점포를 시작으로 협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 은행 고위 임원은 “은행들이 공동 점포를 내는 것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겪어보지 못한 문제들이 많겠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편의점·우체국도 “좀 빌려 씁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는 2012년 4720개에서 지난해 3316개로 30% 가까이 줄었다. 최근 1년 사이에만 230개가 사라졌다. 지점 유지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렇게 지점 숫자를 급격하게 줄여가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비(非)은행권 점포까지 활용하며 고객 불만이 커질 가능성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GS25 편의점과 손잡고 지난해 11월 강원도 정선군에 ‘편의점 혁신점포’를 오픈했다. 지점이 없는 시골 편의점 안에 은행 키오스크를 설치해 송금과 공과금 납부 등 80여 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점포를 폐쇄한 문산·우이동·구일지점에 셀프 거래가 가능한 초소형 무인 점포 ‘디지털 익스프레스점’을 28일 열었다.

우체국과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우정사업본부와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 우체국 점포 2600여곳을 은행 창구로 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