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를 앞지르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불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의 모습. /로이터 뉴스1

요즘 시장 전문가들이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지표가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얼핏 보아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의 현상을 두고 “조만간 불안이 닥칠 전조”, “시장에 공포를 드리우는 지표” 같은 분석이 적잖이 나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란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가 만기가 긴 채권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많은 전문가는 이 현상을 불황이 오고 있다는 매우 신빙성 있는 신호로 여긴다 합니다.

최근 시장 전문가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미국의 2년 만기(만기가 짧은)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만기가 긴) 국채 금리보다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이 구경도 하기 힘든 미국 국채 금리가 역전됐다고 우리가 신경 써야 할까요. 정말 저런 ‘역전 현상’은 불황을 예고하는 불길한 신호고, 내 투자에도 영향을 줄까요. 친절한 5문답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미국 10년 및 2년 만기 국채 금리. 지난 1일에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 국채를 앞질렀다. /그래픽=디자인랩 한유진

◇Q1. ‘장·단기 금리 역전’이 최근 많이 들리던데, 도대체 뭔가요

만기가 긴(장기) 채권 금리와 만기가 짧은(단기) 채권 금리가 뒤집혔다는 뜻입니다. 보통은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보다 높기 마련인데, 단기 국채 금리가 이를 앞질러버렸다는 거죠. 장기와 단기라는 개념은 다소 주관적인데, 시장 전문가들은 보통 거래량이 많은 국채 금리를 지표로 삼습니다. 미국의 10년 및 2년 만기 국채, 한국 시장에선 10년 및 3년 만기 국채를 장·단기 국채의 기준으로 많이 여깁니다. 한편 미국의 10년 및 3개월 만기 국채 금리를 주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란 말이 많이 들리는 이유는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해 10년 만기 국채를 앞질러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 기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38%, 2년 만기가 2.44%로 역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5%포인트나 높았는데 말이죠.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이 격해진 2019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시장도 불안합니다. 10년 및 3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가 0.223%포인트로, 2019년 11월 이후 가장 좁아졌습니다.

◇Q2.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보통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채를 포함한 채권은 국가 등이 약속한 금리를 주고 시장의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빌린다는 증표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왜 만기가 짧을 때 금리가 낮은 것이 자연스러운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돈을 한 주 빌려줄 때와 10년을 빌려줄 때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연 환산 금리로 해도) 10년 빌려줄 때 더 많은 이자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10년 동안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의 가치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기도 하고, 그 긴 세월 동안 돈 빌려 간 사람이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요. 쉽게 말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라면 10년 사이 업황이 안 좋아질 수도 있고 경쟁이 격해져 매출이 급감하고 부도가 날 위험(리스크)도 있습니다. 멀쩡한 기업이 한 주 사이에 그런 일을 당할 위험은 낮죠.

국채 금리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화폐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고, 가까운 미래엔 아닐지 몰라도 10년 사이엔 금융위기나 전쟁 등 이런저런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것이 자연스럽지요.

미국 10년 및 2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 지난 1일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래픽=디자인랩 한유진

◇Q3. 이 금리가 역전되는 게 왜 안 좋은 신호인가요

시장 전문가들이 말하는 국채 금리란 시중에서 유통될 때의 금리를 뜻합니다. 국채 등 채권은 은행의 대출과 달리 만기가 오기 전에 ‘원리금을 받을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이 채권을 사는 사람이 빚을 떼일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단기 채권 금리가 유난히 급등한다는 것은 시장에 불안 심리가 그만큼 팽배한 상태임을 암시합니다. 예를 들어 가게를 하는 친구가 “100만원을 한 달만 빌려줘”라고 한다면 “10년만 빌려줘”라고 할 때보다는 좀더 맘 편히 빌려줄 수 있을 겁니다. 한 달 안에 가게가 망할 것 같지는 않아 보여도, 10년 후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10년 동안 빌리려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겠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이 친구가 하는 가게가 한 달 조차 버틸지 어려워 보인다면 어떨까요. 한 달 조차 돈을 빌려주기가 몹시 불안해, 꼭 빌려줘야 한다면 엄청나게 높은 금리를 받지 않을까요.

장기와 단기의 기준만 다를 뿐, 국채 금리도 비슷합니다. 시장 참가자들이 보기에 조만간 시장에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것 같은 불안이 확산하면 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급등하고 급기야 역전을 해버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의 전조라고 하는 이유는 수많은 투자자가 참여하는 시장에 이토록 불안이 확산한다는 사실이 조만간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일종의 ‘신호’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을 예고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고 말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13차례 경기 침체 가운데 10차례가 금리 역전 이후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뭔가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4. 최근엔 왜 이런 역전 현상이 일어났나요

여러 요인이 겹쳤습니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이 빠르게 재개되면서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를 깎아 내리고 소비자의 구매력을 낮춰 경제엔 충격을 주기 마련입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고, 인상에 속도를 낼 조짐인 것도 시장엔 악재로 여겨집니다. 코로나 이후 ‘초저금리의 힘’으로 상승해온 증시 등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거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최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초저금리의 힘'으로 그동안 상승해온 증시 등엔 악재다. 사진은 파월 의장이 지난달 21일 미국 경제정책위원회 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AFP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까지 발발했습니다. 에너지와 곡물 생산이 많은 두 나라가 전쟁에 휩싸이면서 안 그래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더 심화될 우려가 커집니다. 그래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식의 악순환도 우려됩니다. 이런 요인들이 일제히 겹치며 시장엔 공포가 확산하고 단기 금리가 급등하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울러 미국의 기준금리(공식 이름은 ‘연방 펀드 금리’)라는 것이 ‘은행들의 초단기 대출 금리 목표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에 단기 금리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최근 단기 금리 급등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연준은 이미 지난달 회의에서 ‘제로’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올해 남은 모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올릴 것임을 시사한 상태입니다.

◇Q5. 그럼 이제 불황이 오고 증시는 폭락하는 건가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 역사를 돌아보았더니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약 2년쯤 있다가 불황이 왔다는 ‘경험칙’이 있을 뿐입니다.

일부에선 은행들이 보통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을 많이 하는데, 단기 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출에 소극적이 되므로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들고 그래서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고도 합니다. 또다른 이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 금리를 끌어올리는 경우,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침체를 유발한다고도 하고요. 경기 침체의 ‘샘플’ 자체가 몇 안 되어서 신빙성이 없다, 2년 만기가 단기가 아니라 3개월 만기 국채를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그야말로 ‘오만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스타벅스 앞에 지난 1일 붙어 있는 채용 공고. 미국의 고용 시장은 일자리가 너무 많아 구인난이 벌어질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양호한 고용과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불황이 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AP 연합뉴스

일단 연준은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합니다. 지난달 ‘10년 및 2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에 대한 과거의 사례가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양호하고 경제성장률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등 경제의 ‘체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침체를 두려워할 때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물론 연준의 전망은 희망사항일 뿐, ‘이번엔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너무 낙관적이 되어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큰 시기이므로 과감한 ‘몰빵’보다는 분산투자, 장기투자로 대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