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백내장 과잉진료하는 병원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가 백내장 보험 사기를 신고하면, 포상금 최대 10억원에 특별 포상금 3000만원까지 얹어서 드릴 겁니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양해환 보험감독국장이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안과의사회를 찾아갔다. 금융감독 당국자가 특정 업계를 찾아간 것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양 국장이 직접 나선 것은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가 올 들어 하루 40억원꼴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손해보험 업계에서 곡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손보 업계의 손실은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 업계는 백내장과 도수치료, 피부치료 등 실손보험금 지출이 급증하는 분야에 대한 심사를 깐깐하게 해서 보험금 누수를 틀어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경영 상태가 나아질 걸로 기대된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6일 손해보험 주식 ‘사자’ 버튼을 눌러댔다. 이날 롯데손보(6.6%), DB손보(4.2%) 한화손보(4.1%) 등 주요 손보사 주가가 일제히 오른 데 이어 7일에도 롯데손보(2.7%) 메리츠화재(1.15%)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래픽=송윤혜

◇묵은 체증 내려갔다… 환호하는 손보 업계

백내장은 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백내장 수술은 2016년만 해도 인구 10만명당 920건, 지급 보험금은 800억원도 안 되던 수준이었는데 2017년 건강보험 보장을 대폭 늘린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면서 뛰기 시작해, 2020년엔 1255건, 648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작년엔 백내장 지급 보험금이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3월 11일까지 70일간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이 약 2700억원 청구됐다. 총 실손보험 지급금이 11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 중 백내장 비율이 12%를 넘어섰다. 전염병처럼 백내장이 번진 것도 아닐 텐데 수술이 이렇게 폭증한 것은 결국 실손보험금을 타먹기 위한 과잉진료의 결과라고 업계와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각 손보사는 당장 4월부터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검사 결과(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3월 말까지 ‘막차’를 타기 위해 백내장 과잉진료가 더욱 기승을 부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벌써 30~40% 오른 주가, 더 오를까

‘묵은 체증’이었던 백내장 과잉진료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면서 손보사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그러잖아도 올해는 호재가 줄줄이 이어졌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채권투자 이익이 늘어나는 데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사회 활동량이 줄어 자동차 사고 등 보험 청구율이 내려갔다. 최근엔 기름 값까지 폭등하면서 차량 운행이 줄어 이래저래 보험금 지급할 일이 줄었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5대 손보사의 손해율이 전년 대비 2.9%포인트 낮아진 77.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덕분에 대부분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손보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대비 40.2%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삼성화재(24.4%), 메리츠화재(21.7%), DB손보(17.9%), 현대해상(11.7%) 등도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올 들어 주가가 상당폭 오른 것은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연초 이후 한화손보와 현대해상이 40%가량 올랐고, 메리츠화재, DB손보도 3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줄였던 삼성화재만 주가가 한 자리대 올랐다.

이홍재 하나금투 연구원은 “1분기에 손보사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단기적은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1분기 주요 5개사 순이익이 전년보다 9.5% 늘어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