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동시에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까지 서두를 조짐을 보이면서 국채 등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상승,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를 짊어진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연준의 3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6일(현지 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2.61%로 거래를 마쳤다. 2.6%를 넘어선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각했던 2019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한국 국채 금리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 달 전에 비해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약 0.7%포인트 올라 지난 6일에는 연 2.9%를 넘어서며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뛰면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유행어가 될만큼 지난 2년간 가계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 가계 대출은 코로나 이후 약 260조원이나 급증하면서 1862조원까지 불어났다. 게다가 4분의 3 정도가 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이라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가구당 연간 87만6000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국채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높일 계획이고, 한국은행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코로나 피해 지원 등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 국채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이 급박한 만큼 공약에 집착해 무리한 재정 집행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50조원 지원금은 정부가 돈을 시장에 쏟아내겠다는 정책으로 물가가 올라가고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인상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가계·기업 부채가 막대히 불어난 한국의 금융 상황을 고려하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7일 발표한 경제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1.5%가 새 정부의 적극적 재정 확대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