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③편에서 계속
주선희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 교수와의 대화는 얼굴경영학이 어떤 내용인지를 넘어, 대학 한 학과의 창업자와 경영자로서의 그의 능력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얼굴경영학을 연구한지는 얼마나 됐나?
“인상학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1989년쯤으로 추정된다. 벌써 33년이나 됐다. 이후 2004년 경희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인상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민국 인상학 1호 박사이다.”
—인상학 강의를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백화점 문화센터와 교육청, 시립도서관 등에서 아이들의 인성 개발, 연설, 논술 지도를 했었다. 예를 들어 학생회장 나가려는 아이들에게 연설 연습을 시켰다. 그런데 수강생들이 몰려 반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아마 내가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인상을 보면서 상담을 해줬기 때문인 것 같다. 30대 초반에 일주일에 18곳이나 강의를 다녔다. 그런 생활을 13년 정도 했다.
그러던 중 현대그룹의 사보팀에서 사보 ‘현대’에 글을 써 달라는 원고청탁이 들어왔다. 내가 알고 있는 인상학, 즉 요즘 말하는 얼굴경영학에 대해 처음으로 글을 썼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걸음걸이에도 길융화복이 나타난다. 눈이 흐릿해 힘이 없는 사람은 혼이 빠져 조만간 사고를 당할 사람이다. 길을 가는데 아무런 에너지를 느낄 수 없고 스르르 걷는 사람도 혼백이 빠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 빈 공간을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채워줘야 성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사보 원고를 읽은 백화점 문화센터 실장이 얼굴경영학에 대해 강의할 수 있겠냐고 제안해 일주일에 한번씩 12강을 했다. 그것이 대박을 쳤다. 강의가 일주일에 수도권에서만 18건까지 늘어났다. 아침에는 어른 강좌를 9시부터 했고, 오후 2~9시까지는 학년별로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학생들의 경우 강의를 하면서 동시에 부모상담도 해줘야 했다.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30년 전에 이미 스타 강사가 되면서 당시 한달 수입이 1000만~1200만원이나 됐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후 방송에 인상학 강사로 나가면서 명성을 쌓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에 관상을 하는 사람은 많이 있어도 얼굴경영학을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1990년대에 기업체에 강의를 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기업체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안에 원래 관상을 하던 조상이 있었나?
“증조부가 관상감에 근무하며 왕 옆에서 사람의 얼굴상을 보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무역상이었는데, 할아버지에게서 얼굴 분석법을 배웠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가정교육으로 사람의 얼굴을 보는 법을 많이 들었다. 우리 집안에서 인상을 연구하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다. 집안에는 의사와 목사, 공학박사가 많다.”
얼굴경영학과를 만들다
—얼굴경영학을 대학의 학과로 만들게 된 계기는?
“기업체 강의를 많이 다녔는데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에서 인상학 교수를 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생각이 없어 시큰둥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다른 사람을 물색하다가 모두 대학 강단에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에게 오라고 계속 권유해 1999년쯤에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에 전임강사로 들어갔다.
그런데 학생들이 나에게 얼굴과 길흉화복에 대해서만 강의를 해달라고 하지 않나? 나는 인상분석으로 기질과 품성을, 얼굴색으로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지, 전통 관상학이 말하는 얼굴과 길흉화복의 관계는 달갑지 않게 생각해 피하고 있었다. 학교측이 계속 요구를 하자 그게 싫어서 2002년에 경희대에 들어가 인상사회학 학위 과정을 밟았다.”
주 교수가 잠시 숨을 돌린 뒤 이야기를 계속했다.
“석사를 할 때 경희대 총장이 나를 불러서 학교가 더 발전하기 위해 내가 그동안 강의하던 인맥을 활용해 기업체 회장과 사장, CEO(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을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박사 학위까지 마치고 특수 대학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교수 수가 부족하다고 교육부에서 퇴짜를 놓았다.”
—다시 원광대로 가게 된 계기는?
“당시 기업체 CEO 하던 분이 원광디지털대학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학교를 키우기 위해 새로운 학과를 많이 만들었다. 그 분이 나를 불러서 얼굴경영학과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학교에 묶이면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었다. 디지털대학이라 온라인 강의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안와도 되고, 나도 강의만 동영상으로 찍어 놓으면 집에서 컴퓨터로 강의에 대한 질의응답이 모두 가능했다. 기업체 강의도 병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돈도 많이 벌었으니 인재 양성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5년 9월에 얼굴경영학과를 처음 만들어 2006년 3월 1학기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16년간 졸업생 1000여명 배출
—얼굴경영학이 대학의 한 학과가 되려면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갖추어야 할텐데, 주로 어떤 과목들을 강의하나?
“4년 학사과정 동안 다양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서양의 인상학 역사를 가르치는 인상학 이해, 바디 랭귀지, 인상학 실습, 얼굴경영론, 서양 사람들의 얼굴을 분석하는 서양상법(相法), 마의상법(麻衣相法) 및 실습, 달마상법(達磨相法), 이미지 메이킹, 리더십, 성격심리, 인간관계 심리학, 얼굴 생김을 보고 병을 진단하는 형상의학, 임상심리, 커뮤니케이션, 사상체질, 유장상법(柳莊相法), 명상과 기치료, 상학비전, 상담실습, 서비스경영학, 인상학과 뇌, 몸학, 주역점과 인간관계론, 힐링컬러로 보는 육장육부 등이 있다. 학생들은 이 밖에 다른 학과의 과목도 많이 수강할 수 있다.”
—강의는 누가 하나?
“전임교수는 나와 다른 사람 1명 등 모두 2명이다. 그리고 11명의 강사들이 있다. 위의 과목들 중에서 사상의학, 형상의학, 몸학 같은 일부 강의는 대학병원의 과장이 직접 와서 강의를 한다.”
—지난 16년간 강좌를 유지했는데 모두 몇 명이나 졸업했나?
“첫해에는 60명이 들어왔다. 이듬해부터는 연간 110~150명 가량이 입학을 했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CEO·교수·교사·공무원 등이 수강
—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CEO, 교수, 교사, 공무원, 은행원 등 다양하다. 신입생의 60%가 이미 학사·석사·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올해 1학기에도 현직 교수가 3명이나 학생으로 등록을 했다. 지난 2월 졸업생 중에는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분도 있다.”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왜 다시 학사 과정에 들어오나?
“얼굴경영학은 한국에 학사과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학위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왜 얼굴경영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으려고 한다고 생각하나?
“입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고, 다른 사람과 달리 보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남의 얼굴을 읽고 상대방의 기질을 파악해 보려는 사람, 아랫사람을 더 잘 관리해 보겠다는 관리자들이 공부하러 온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 공부를 하러 왔다가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을 알게 되고, 학위를 마칠 때쯤에는 어떻게 응대해야 다른 사람들이 편안해지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얼굴 인상도 대부분 좋아져서 졸업한다.”
—사람들이 왜 얼굴경영학에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얼굴 없는 사람 없다. 매일 보고 만지고 하는 것이 얼굴 아닌가? 사람들은 남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또 남의 얼굴을 보면서 성격이나 기질을 읽어내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수강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경영수지는 좋아
—대학에서 학과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경영수지도 맞아야 하는데 수지 상황은?
“구체적인 경영실적은 학교에서 대외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수지가 맞으니까 16년째 이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수지가 맞지 않아 이미 폐과된 학과도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 외에 다른 수입도 있나?
“학교를 위해 외부에서 기부를 받는 금액이 연간 2억원 이상이 된다. 16년 동안 받았으니 3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지하철 광고를 2호선에만 13곳에 하는데, 비용을 모두 외부에서 기부 받는다. 심지어 연구실에 있는 카펫도 내가 협찬을 받았다. 우리 학과가 유명해지면서 학교 내 다른 학과도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교재나 인터넷 강의 동영상은 누가 제작하나?
“학교가 비용을 부담해 학교 컨텐츠실 직원들이 제작한다.”
경영 성공의 비결
—수지를 따져보면 얼굴경영학이 사업적으로도 상당히 성공적인 듯 하다. 창업자 겸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우스개 소리로 이 일을 대중화하기 위해 태어났고, 내가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이 일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취미가 직업이고, 그 직업도 탄탄하니 좋겠다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나는 강의하러 갈 때 어떤 멋있는 사람을 만날까, 내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어떤 질문이 들어올까 생각하며 마음 설레며 간다.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이 아픈 상태로 강단에 올라가도 내려올 때에는 생생하게 회복되어 내려온다. 내가 새로운 기를 스스로 생성하는 것인지, 상대방의 기를 받는 것인지, 하늘에서 새 기를 내려받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낙천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성공 비결인 것 같다.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것이 있다. 사람을 볼 때 반드시 좋은 점부터 먼저 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뭐도 나쁘고 뭐도 나쁘다고 하면 이 학문 자체를 욕보이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좋은 점이 있으니 이해하면서 봐야 한다. 다만 그 좋은 점이 과하면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만 경계하면 된다. 마음씨가 너무 좋아 보이면 물러터지는 성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점이 있더라도 좋은 기질에 가려진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을 볼 때에는 항상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사람을 긍정적으로 봐왔는데, 사람을 잘 못본다는 이야기는 안하더라.”
—학과가 지속되려면 학생들을 꾸준히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모집하나?
“학생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 온다. 또 봄 가을 입학 시즌에는 지하철 광고도 한다. 내가 특강을 다니면 사람들이 입학 절차를 물어보기도 하는데, 13년 전에 내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지금 입학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수업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모두 비대면이다. 이미 찍어 놓은 동영상으로 인터넷 수업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가끔 특강을 하거나 소모임 형태로 지역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수강생 중에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직접 만나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도 있다. 가끔 전국에 있는 원광디지털대학교 캠퍼스에서 오프라인 특강을 하는데 그 때 학생들이 몰려와 서로 얼굴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이 시대에도 얼굴경영학이 유효하다고 보나?
“어떤 업무에 적합한 사람, 어떤 사람에게 잘 맞는 상대를 찾아내는 일은 인공지능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경영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생명력이 있다고 본다.”
학과 경영의 3가지 원칙
—얼굴경영학과를 운영하는 CEO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원칙이 있다면?
“첫째, 얼굴경영학을 전국 방방곡곡에 민들레 꽃씨처럼 퍼트리겠다는 생각을 한다. 음식의 양념, 영양제처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인사를 할 때에도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는 것과 그냥 인사하는 것이 다르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할 때 그것이 얼굴경영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좋은 표정으로 기분 좋게 일하고 만나는 일이 일상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둘째, 나에게서 배운 사람들이 각자의 회사에서 성공하고 얼굴경영학을 더 연구해 학문이 깊어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있다.
셋째, 얼굴경영학을 배운 사람들, 특히 인생 이모작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지식을 선한 일에 사용하기를 바란다.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안된다면 언제라도 이 학과를 접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수강생이나 다른 사람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이 안되는데 나만을 위해 학과를 유지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나는 일 욕심과 사람 욕심 밖에 없다. 급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안했다.”
—학과를 운영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나는 졸업생들이 얼굴경영학이라는 신학문을 인간관계 소통에 긍정적으로 쓰기를 바란다. 그런데 간혹 가뭄에 콩 나듯이 무속이나 동양철학을 하던 분들이 들어와서 자격증을 무속이나 동양철학의 영업 목적에 사용할 때 마음이 힘들었다. 초창기에는 얼굴경영학과 학위를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또 수강생 중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는데, 가난하고 몸이 아픈 사람이 들어와서 공부를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때 마음이 많이 아프다. 몇 년에 한번씩 이런 사례가 나온다.”
주 교수와의 대화는 학과 운영 방식을 넘어, 유명한 정치인과 경제인의 인상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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