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9일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을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소득 양극화,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장기 저성장’이란 만성적인 수요 부족과 기업들의 투자 회피에 의해 구조적으로 긴 경기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다.
이 후보자는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3월에 4% 넘게 오른 소비자 물가가 앞으로도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당 기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에 대해서는 “최근 증가세가 일부 둔화됐다고 하지만 그 수준이 높아 금융 안정은 물론 성장에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는 1860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약 1900조원)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 후보자는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국제기구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발표했다. 작년(6.1%)의 절반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위험, 코로나 추가 확산 가능성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3개월 전인 지난 1월에 3%로 예상했던 한국 경제 성장률은 2.5%로 낮춰 전망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반영해 지난 1월 4.1%로 예상했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낮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의 없이 여야 합의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