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금리가 연 4% 수준으로 약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시중금리도 따라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3월 금융기관 가중 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 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전월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3.98%를 기록했다. 2014년 5월(4.02%)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 담보 대출은 은행들이 우대 금리를 늘리면서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신용 대출 금리가 0.13%포인트 상승해 전체 가계 대출 금리를 끌어올렸다.
가계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대출자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더 받았다. 지난달 새로 나간 대출 중 변동금리 비율이 80.5%로 2월(77.9%)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연말 80%를 넘었던 변동금리 비율은 올해 1~2월 70%대로 하락했다가 3개월 만에 다시 80%선 위로 올라갔다. 변동금리 대출은 시중금리가 오를 때 금리가 따라 올라 금리 상승기엔 이자 부담 상환이 커진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권의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보다 많이 높아져서 대출자들이 변동금리 대출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대출을 포함한 전체 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3.50%였다. 가계·기업 대출 금리가 모두 오르긴 했지만 가계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기업 대출이 더 많이 늘면서 전체 대출 금리가 약간 하락했다.
은행의 수신 금리는 전월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1.74%였다. 정기예금 금리가 일부 은행의 고금리 예금 취급 등으로 0.02%포인트 올랐지만, 정기적금 금리가 고금리 정책성 상품인 청년희망적금 취급 종료와 함께 크게(1.18%포인트) 하락해 ‘순수 저축성 예금 금리’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금융채·CD(양도성 예금 증서)·RP(환매 조건부 채권) 등 시장형 금융 상품 금리가 0.23%포인트 올라 은행권 전체 수신 금리가 상승했다. 대출 금리가 소폭 내린 반면 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대출 금리 차는 1.76%포인트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