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증시 상승,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29일 1% 넘게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7.56포인트(1.03%) 오른 2,695.05에 장을 마쳤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55.9원으로 전일보다 16.6원 내렸다. /연합뉴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 1분기에 -1.4% 역성장했다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발표에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오르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내려가는 등 시장이 오히려 안정되고 있다.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가 확인되면서 41년 만의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나쁜 뉴스’가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뉴스’가 된 셈이다.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기업의 미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 부문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 등도 시장에 안도감을 번지게 했다.

미국의 성장률 둔화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1%대 초반 성장을 예상했는데 정반대로 그만큼 역성장을 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다우평균 1.9%, S&P500지수가 2.5%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3.1% 급등했다. 연준이 최근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올리면 코로나 이후 초저금리의 힘으로 상승해온 증시 등에 충격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 마이너스 성장률이 이런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0%, 1.4% 올랐다.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도 다소 진정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전날보다 16.6원 급락한 1255.9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환율은 지난 6거래일 동안 36원 급등해 28일에는 25개월 만에 12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시장이 일시적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및 코로나 방역을 위한 중국 대도시 봉쇄가 초래한 공급망 차질 등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다음 달 열리는 연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은 또다시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5월 3~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