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제조업체인 중소기업 A사의 매출은 2019년 수억 원대에서 지난해 수백억 원대로 급증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주 겸 대표이사는 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적게 내려고 실제 사업을 하지 않는 ‘유령 법인’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 또 2019년 1억원가량이던 자신의 연봉을 2020년에 10억원대, 2021년에 100억원대로 올렸다. 같은 회사 임원인 아내 연봉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다. 국세청은 법인세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최근 A사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회사 이익을 대표나 임원 급여를 과도하게 올리는 데 쓰는 것은 관련 세법 시행령에 따라 세금 추징 대상”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A사를 비롯해 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 89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생활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과도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 폭리를 취하는 민생 침해 탈세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특수를 맞은 배달 대행 업체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배달 대행 업체는 음식점에서 수수료를 받고 포장 음식을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배달의민족 자회사인 배민라이더스를 포함한 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음식점에서 배달료를 받고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출을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일부는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원에게 빌려주고 받은 대여료를 매출에 누락시켰다.
국세청은 프랜차이즈 업체 10곳에 대해서도 로열티 수익 등 탈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분야 프랜차이즈 업체 B사는 드라마 PPL(방송 간접 광고)로 유명해지자, 가맹점들이 내는 로열티를 75% 올렸다. 가맹점은 가맹본부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가맹본부에 로열티로 지급한다. B사는 일방적인 로열티 인상에 반발하는 가맹점과는 계약을 해지했고, 계약을 유지한 가맹점주가 낸 로열티 가운데 일부는 차명 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세무서 감시망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