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루나·테라USD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루나 폭락 사태' 일주일 전 '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코인의 95%가 몰락할 것.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한국산 암호화폐(코인) 루나와 테라USD(UST)가 99% 폭락 사태를 맞기 약 일주일 전, 해당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코인의 몰락을 예견한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투자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권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각) 체스 관련 인터넷매체 ‘체스닷컴’을 통해 세계적 체스 선수 알렉산드라 보테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인터뷰에서 권 대표는 “암호화폐 기업이 향후 5년간 얼마나 남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보테즈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95%는 죽을(몰락할) 것”이라고 했다. 단호한 느낌을 주려는 듯 화면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95%는 죽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테즈는 권 대표의 발언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재미있을 거라고요?”라고 되물으며 다소 놀라워 했다.

당시 권 대표의 발언은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찾아올 것이라는 취지이자 루나와 테라USD 발행자로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이 인터뷰는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됐다. 국제 암호화폐 거래소 데리비트는 이날 인터뷰를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며 ‘체스 전설’과 ‘코인 전설’의 만남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 나흘 뒤인 지난 9일, 시장에서 루나와 테라 코인의 ‘대폭락’ 경고음이 울렸다.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테라 가치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테라는 발행 담보를 설정하는 대신 차익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1테라=1달러’ 가격을 유지해왔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들로부터 테라 코인을 예치 받아 연 최대 20% 이자를 지급했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간 디페깅(Depegging·달러와의 가치 유지 실패 현상)이 일어나자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었던 루나의 가치도 폭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119달러(약 15만원) 선에서 거래됐던 루나는 12일 0.20달러까지 폭락했다. 시장에서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권 대표가 ‘코인 몰락’ 인터뷰를 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 인터뷰 내용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사의 파멸을 예고한 듯한 인터뷰” “본인 회사가 95% 안에 들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해당 인터뷰 영상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 여러 차례 공유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코인의 몰락을 “재밌다”고 말한 권 대표의 태도에 분노했다.

이와 함께 권 대표가 영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와 지난해 7월 트위터에서 벌인 설전도 뒤늦게 조명받고 있다.

코폴라는 당시 테라의 운영 방식을 놓고 “금융 혜택에 의존한 자기 조정 체계는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져 대규모로 탈출할 때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 대표는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그에게 건넬 잔돈이 없다”고 비꼬았다.

한편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루나의 마진 거래와 현물 거래를 종료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도 루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