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 화폐 ‘테라’와 ‘루나’의 폭락으로 글로벌 가상 화폐 시장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가상 화폐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요 가상 화폐가 작년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난 상태인데 앞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무너지는 가상 자산: 이번에는 다를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테라 사태 이전에도 가상 화폐 세상은 불안했다”며 비트코인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다들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에 대입해 보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얼마나 불안한지 알 수 있다”며 “지난 6개월간 소비자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4% 올랐는데 만약 같은 물가를 ‘비트코인 환산’으로 계산해보면 120% 폭등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11월 최고점보다 5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6개월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비트코인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과거에도 비트코인이 하락했지만 반등했고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안심시키지만 크루그먼은 회의적이었다. 신규 투자자가 계속 유지되며 가격을 떠받치는 패턴이 이번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큰돈을 벌었지만,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최근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더 형편이 어렵고 가상 화폐에 대한 이해도 평균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몇 달 새 입은 손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상 화폐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크루그먼은 “가상 화폐는 투기 목적 이외의 경제 거래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며 “가상 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지급 수단이 된다면 지금쯤 적어도 그런 징후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아이패드는 2010년에 나와 그 후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지만, 2009년 처음 생긴 비트코인은 아직 식품을 사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상 화폐 시장의 가치가 한때 최고 3조달러에 육박했던 점을 들어 ‘이렇게 많은 대중이 속아넘어가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미국의 헤지펀드 업계 거물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테라의 (루나 연동)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일종의 다단계처럼 보인다”며 “루나 같은 프로젝트가 전체 가상 화폐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