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역사적 변동성과 혼란을 겪고 있다. 루나(LUNA)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의 로마판 버전이다. 그런 이름을 차용한 암호화폐 ‘루나’의 가치는 ‘투더문(To the Moon)’을 외치며 달로 가듯 치솟았다. 지난 5월 9일만 해도 루나의 시가총액은 약 220억달러(약 27조원·코인마켓캡 기준)나 됐다. 전 세계 암호화폐를 대략 1만개 정도로 보는데 그중 8위까지 올라갔다. 코스피 기준으로 보면 삼성물산 정도와 비슷했다.
이 가치가 제로에 수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일주일로 충분했다. 루나와 세트로 묶여 있는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시가총액(5월 9일 기준 185억달러)까지 합치면 시가총액 상위 10대 디지털 자산 두 개가 갖던 400억달러의 가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테라USD와 루나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펼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테라폼랩스는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가 함께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세계적 사건으로 번지자 신씨가 주도하는 핀테크기업 차이코퍼레이션은 즉각 거리두기에 나섰다. 차이코퍼레이션 측은 “‘차이’는 2019년 테라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연구하고 협업해왔다”면서도 “2020년 양사의 파트너십은 종결됐고, 마케팅 제휴의 일환으로 차이 앱에서 테라KRT로 차이머니 충전을 할 수 있었으나, 이 기능은 소비자 수요가 적어 2022년 3월부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테라폼랩스 싱가포르의 지분 8.3%를 신씨가 보유하고 있다며 거리두기를 거짓해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멀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테라폼랩스 초기 신현성 대표 뒤에 서 있던 권 대표가 2021년부터 전면으로 나서면서 두 사람이 소원해졌다는 이야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연일 다루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한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등장하는 코인들의 메커니즘이 이전과는 좀 달라서다. 일단 ‘테라USD(UST)’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다. 영어로 ‘안정적’이라는 뜻을 가진 ‘stable’에서 알 수 있듯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갖는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의 등락을 오가는 코인 시장에서 ‘안정적’이라는 말은 이율배반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처럼 기존 자산에 견고하게 고정돼 있다. 1UST가 1달러와 같은 가치로 묶여 있는 현상을 ‘페깅(Pegging)’이라고 부른다. 페깅은 원래 주식시장 용어로 새로운 증권발행가격을 고정시키는 걸 뜻했다. 이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곳도 여러 군데이며 따라서 코인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에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바이낸스USD(BUSD) 등이 있다. 테라USD(UST)도 물론 그중 하나였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있다.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이런 스테이블코인이 왜 필요한 걸까.
가격이 안정된 탓에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 사용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통화라 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1위인 테더(USDT)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3분의2가량이 테더로 거래된다.
국내에서는 허가받은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매매할 수 있다. 반면 해외 거래소는 대부분 법정화폐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한다. 미국이라면 달러를 테더로 바꾼 뒤 이 테더로 다른 코인을 매수하는 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카지노의 포커칩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판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교환 수단이어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의 확산 때문이다. 디파이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걸고 대출을 받거나, 다른 담보를 제공하고 암호화폐를 대출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때가 2021년 1월경인데 이 시기는 디파이 생태계가 확산했을 때와 맞물린다.
“수십억짜리 예치상품 매진됐다”
이때부터 스테이블코인을 예금처럼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과 비슷한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만큼 수요가 많다. ‘스테이킹(staking·암호화폐의 일정량을 지분으로 고정시키는 행위)’이라는 방식은 은행의 저축과 비슷한데 이렇게 스테이블코인을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맡겨 유동성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이율을 수익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5월 19일 기준 ‘팬케이크스와프(Pancakeswap)’라는 DEX에 ‘테더-바이낸스USD(USDT-BUSD)’ 유동성을 공급하면 연 환산 수익률(APR)이 10.15%에 달한다.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테더와 바이낸스USD 모두 현금 1달러와 교환 가능한 법정화폐 같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현금 1달러를 은행에 넣었을 때보다 1달러에 상응하는 스테이블코인을 DEX에 예치했을 때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안정적이지만 수익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뭉칫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렸다.
거래소에서도 이런 상품들이 인기였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의 얘기다. “거래소에 코인을 예치하며 보상하는 상품을 도입했을 때 뭉칫돈이 몰려와서 수십억원짜리 상품들이 당일에 매진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디파이가 대세긴 대세구나 생각했다. 제1금융권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세계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 오래 있으면서 종잣돈이 커진 사람들일수록 이 바닥을 떠나지 않고 스테이킹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테이블코인의 세계에서 권도형 대표가 만든 테라USD는 3위, 전체 코인 중에서는 시총 10위에 올라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다른 스테이블코인과는 달랐다. 보통 스테이블코인은 담보를 잡는다. 가령 내가 1달러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싶다면 1달러를 은행에 넣는다. 테더가 대표적이다. 담보가 있기 때문에 1달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하지만 테라USD는 그런 담보가 없다. 대신 1달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수요와 공급의 설계도로 사람들을 믿게 만든다. 테라USD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게 루나(LUNA)다. 테라의 변동성을 상쇄해주는 코인이라서다. 테라USD와 루나는 상호 교차 메커니즘으로 ‘1달러 페깅’이라는 안정을 이루어가야 했고 테라와 루나의 생태계는 근 3년을 그렇게 유지해왔다.
이들은 공급과 소각으로 그 균형을 맞춰왔다.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통화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의 공급을 조절하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테라USD가1달러 페깅이 무너져 0.95달러가 된다고 치자. 테라USD의 공급이 많고 수요는 적은 경우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물량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한데 테라USD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을 줄이면 된다. 이럴 때 0.95달러의 테라USD를 1달러의 루나로 교환해 물량을 줄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테라USD가 1.05달러가 됐다면 시장에 공급을 늘린다. 시장의 루나를 받고 테라USD를 공급하면 된다.
이런 차익을 노린 시장참여자들의 교환 원리에 테라와 루나의 생태계는 의존해 왔다. 테라의 1달러 페깅이 유지되려면 필요한 건 루나와 테라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계속 존재해야 한다. 그들이 알고리즘의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앵커프로토콜(Anchor Protocol)’이라는 서비스다. 앞서 언급한 스테이블코인의 스테이킹 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앵커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을 구입해 예치하기만 해도 20%의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은 흔치 않다. 그래서 돈이 엄청나게 몰렸다. 폭락 직전 테라의 시총이 한때 180억달러까지 증가했는데, 이 중 140억달러가 이 앵커프로토콜에 예치됐을 정도다.
루나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테라USD의 수요가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통해 루나를 테라로 교환해 이득을 볼 수 있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1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루나는 2021년 들어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4월에는 120달러에 근접할 정도였다.
순항할 것만 같던 이 시스템에 위협이 생긴 건 5월 들어서면서부터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작은 지난 5월 7일경이다. 이날 익명의 ‘고래’(큰손이라는 의미) 투자자가 8450만USDC(USD 코인)를 매수하기 위해 8500만UST(테라)를 매도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테라USD 탈출 현상’이 시작됐다. 5월 7~8일 이틀 동안 약 15억개의 테라 물량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유입됐고 이런 흐름에 공포를 느낀 사람들의 탈출도 가속화되면서 앵커프로토콜 예치금만 약 2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쏟아지는 물량 탓에 테라USD의 1달러 페깅은 깨지고 만다.
첫 페깅이 깨진 건 어느 정도 복구했지만 5월 9일 또다시 페깅이 깨졌다. 그리고 이날의 디페깅(페깅이 깨진 현상)은 회복되지 않았고 쭉 계속되며 이후의 폭락을 이끌었다. 테라와 루나가 주도한 이 사태 때문에 지금 암호화폐 전체 생태계는 강한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이익, 개미들은 손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흐름에서도 꽤나 중요하다. 일단 약 400억달러 이상의 디지털 자산 가치가 루나와 테라USD만으로 소멸됐고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그동안 권도형 대표의 프로젝트는 기관투자자들의 뒷배를 업고 이루어졌다. 이들 투자자 중 일부는 헐값에 사 비싼 값에 매도를 끝낸 터라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현재 엄청난 손실과 씨름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루나와 테라에 돈을 쏟아부었던 개인투자자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청나게 불행한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초기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은 지난해 루나 지분 80%를 매각해 초기 투자액의 약 10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판테라가 투자한 금액 170만달러는 이미 1억7000만달러로 바뀌었다. 애링턴 XRP 캐피털, 갤럭시디지털, 블록타워캐피털 등 벤처캐피털들이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총액은 약 1억5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테라와 루나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은 이걸 손해가 아닌 피해라고 보고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을 위한 카페가 개설됐고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소송이 제기됐다. 권 대표가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해외 피해자가 많지만 국내도 보유량이 적지 않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루나 이용자가 28만명이고 이들이 700억개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앵커프로토콜과 루나 등이 지난해부터 계획된 ‘폰지사기’라고 주장한다. 주장의 핵심은 앵커프로토콜이 약속한 20%의 이자 지급이다. 20% 이자 지급을 약속하며 수십조원의 자금이 흘러왔는데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하거나 추가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다만 사기의 성립을 두고는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사기가 성립한다고 쉽게 말하긴 어려운 문제다. 다만 백서에 공개한 발행량과 실제 발행량이 같은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속였다면 기만행위가 될 수 있다”며 “앵커프로토콜의 20% 이자율 모델이 정말 말이 되는 모델인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게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암호화폐의 핵심 장치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테라USD는 알고리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예외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리미티드(Tether Limited)가 발행하는 테더는 달러를 담보로 삼는다며 신뢰를 얻으려 하지만 보수적인 정치권과 금융권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테라와 똑같은 스테이블코인일 뿐이다.
뉴욕 검찰은 2018년부터 테더와 테더의 주 사용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를 조사한 뒤 뉴욕주에서 더 이상 암호화폐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과 분기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18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고객 자산 수억 달러를 임의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때도 신뢰의 문제가 언급됐다. 테더의 시가총액은 741억달러에 달했는데 투자자들의 이해가 맞다면 그에 상응하는 달러 준비금 741억달러를 갖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이 돈이 준비돼 있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규제 밖에 존재하는 세계라 공개 의무가 없어서다.
“개인투자자들, 코인 시장 떠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치권이 그동안 느릿느릿하게 대응해 오다 루나·테라 사태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이번 사태는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론이 속도를 올리고 있다. ‘틀’을 마련하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실제로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는 이번 회기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암호화폐 패키지 법안을 마련 중이라 밝힌 바 있다. 그는 블록체인 전문매체인 ‘더블록’에 “테라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었다. 구체적인 사항은 논의 중”이라 답했다.
국내서도 마찬가지. 금융위원회는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국내에서도 선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금융시스템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이기 때문에 외국의 규제를 참고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여당의 입장도 달라졌다. 대선 전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에 친밀하게 다가갔던 국민의힘은 5월 23일 공청회를 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전에는 2030의 문제로 암호화폐 시장에 접근했지만 이번에는 손실 규모나 피해 정도를 봤을 때 규제의 틀을 두고 논의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자율적으로 믿고 맡기기에는 영향이 너무 광범위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두고 거래소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도형 대표는 암호화폐 공동체의 대표적 트위터 인플루언서였다. 그리고 꽤나 공격적인 인물이다. 소셜미디어(SNS) 세계가 그렇듯 그의 저돌성은 지지자들에게는 환호를 받지만 그만큼 불신하는 적도 키운다. 그는 이미 ‘폰지’에 대한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영국 경제학자인 프랜시스 코폴라는 테라와 루나의 생태계를 두고 “금융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메커니즘은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져 대규모로 탈출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권 대표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이들과는 토론하지 않는다.”
한 블록체인 개발 기업의 임원은 권 대표의 오만이 큰 자산을 죽였다고 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일종의 성배다. 가치 안정을 위해 담보 자산도 보유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블록체인 생태계에 보다 신뢰를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디어이고, 돈에 집착하지 않는 생태계다. 그래서 크립토 세계에서 각광받았다. 그런데 테라와 루나가 망쳐버렸다. 당분간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등장하지도, 등장할 수도 없는 환경이 됐다.”
보다 큰 문제는 시장 전반에 닥친 불신의 기운이다. 신뢰만으로 굴러가지 않는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찬 바람이 분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최고경영자(CEO)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인 시장을 떠나고 있다. 기관에서는 BTC(비트코인)를 여전히 축적하고 있지만 규모가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지난 5월 16일 테라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론방인 ‘테라 리서치 포럼’에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렸다. 해법으로 내놓은 그의 제안은 사전투표에서 92%의 반대표를 받았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권 대표와 주변의 사기꾼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포크(블록체인 시스템의 변경)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무형의 디지털 자산에 부여한 신뢰로 컸다. 이번 사태는 그 신뢰를 잡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