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그룹은 한국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수준인 24개 나라에 진출해 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지점을 신설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글로벌하게 버는 돈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년 간 20%를 웃도는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라는 악재 가운데서도 지난해 글로벌 이익은 68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전 세계 24국에 진출해 있다. 코로나라는 악재 가운데서도 하나금융의 지난 3년간 글로벌 부문 수익 증가율이 20%에 달한다. 사진은 독일 법인 직원들의 모습. /하나금융그룹 제공

◇“글로벌 시장에서도 디지털이 먹힌다”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현지화한 디지털 채널이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지난해부터 중국 유명 온라인 플랫폼인 알리바바 등과 제휴해 비대면 개인 대출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비대면 개인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약 63% 증가한 1조1000억원, 이용 고객 수는 전년 대비 약 43% 증가한 68만명을 기록했다. 2019년 9월 빅데이터에 기반한 비대면 소액 모바일 대출을 시작했다. 출시 3년 만에 개인 대출 100억위안(약 1조 8800억원)을 달성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와도 제휴를 맺었다. 올 하반기에엔 현지에서 다수 플랫폼 업체와 제휴한 상품을 출시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글로벌 ICT(정보 통신 기술) 기업인 라인과 제휴해 모바일 기반 해외 디지털 은행인 라인뱅크를 지난해 7월 출시했다. 라인뱅크는 출시 6개월 만에 신규 가입자 수 30만명을 넘겼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3월부터 비대면 개인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 부동산투자회사인 티시먼 스파이어와 업무협약을 맺어 2년간 최대 5억 달러 규모의 공동 자본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우량 투자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베트남에 전략적 투자, 실적 대폭 개선

하나은행은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인 BIDV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 BIDV와는 소매 금융 확대를 핵심 추진 사항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기업 금융에 편중돼 있던 BIDV 체질이 변하고 있다. 2018년 32% 수준이던 소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38%로 늘었다. 수수료 수익도 2018년 대비 약 130% 늘었다.

BIDV 실적도 동반 개선됐다. 코로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준 BIDV 자산은 1720조동(약 91조원)으로 전년 대비 16%, 대출 잔액은 1330조동(약 70조원)으로 12%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50% 증가한 10조8000억동(약 541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보유 지분으로 약 1200억원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3월에는 BIDV의 증권 자회사인 BSC 지분 35%를 인수하기 위해 1400억원 규모의 지분인수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분 투자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BSC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해 디지털 전환을 총괄할 계획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베트남 경제 성장에 따라 반드시 증가할 것으로 보는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와 미주·유럽 시장 이원화

하나금융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전략은 이원화에 있다. 아시아 국가 같은 고성장 시장과, 미주·유럽 등 선진 시장을 나눠 접근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같은 고성장 시장에서는 증권, 소비자금융,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인 HAMA(Hana Asset Management Asia, 하나자산운용 아시아)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동남아와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체 투자 자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선 소비자 금융에 진출하기 위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비대면 개인대출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개인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현지 전자 상거래 플랫폼과 제휴해 대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미주·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등 네 곳에 IB(투자은행) 거점을 설치해 IB 업무를 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