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정부로부터 재취업 심사를 받은 금융감독원 퇴직 임직원의 97.3%가 승인 결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김성규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민간 금융회사 등으로 재취업하기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심사를 신청한 금감원 퇴직자 110명 중 단 3명을 제외하고 107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관련 정부 부처 퇴직 공무원의 지난 5년간 재취업 통과율(8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대부분 결격 사유가 없는 민간 기업·기관으로 이직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프리패스식 허술한 심사로 ‘전관예우’용 재취업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금감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110명 중 3명 빼고 모두 취업 심사 통과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공직자 시절 마지막 5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공기업·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없는 것이다. 민·관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취지다. 금융 당국인 금감원 임직원도 공무원처럼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는다.

취업 심사를 받는 금감원 직원은 해마다 급격히 늘었다. 2017년 4명, 2018년 10명, 2019년 13명, 2020년 31명, 2021년 40명으로 최근 4년 사이 심사 신청자가 10배로 늘었다. 이 중 승인율 100% 달성에 실패한 해는 2018년과 2021년뿐이다. 그나마 2018년 불승인 통보를 받았던 A 부원장보는 한 달 지나 다시 심사를 신청해 결국 통과했다.

이는 다른 경제 부처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16~2021년 8월까지 취업 심사를 받은 경제 관련 8개 부처 퇴직 공직자 588명 중 82%(485명)만 취업 승인을 받았다. 같은 기간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재취업 승인율은 각각 71.4%, 89.3%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고 나서 사표를 내기 때문에 승인율이 높게 나올 수 있다”며 “(직전 5년간) 업무 연관성 때문에 취업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그 기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표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설립된 지 1년 미만인 신규 금융사로의 재취업은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를 피해 신생 기업으로 가는 퇴직자도 있다.

퇴직한 금감원 임직원들은 주로 로펌을 많이 찾고 있다. 지난해 재취업 심사를 받은 40명 가운데 13명이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다. 2017~2018년에는 로펌으로 재취업한 퇴직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6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금감원 떠나는 직원들

◇제 발로 나가는 젊은 직원 4년 만에 2배 늘어

재취업 심사와 별개로, 정년을 채우지 않고 떠나는 금감원 직원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일신상 이유로 사표를 낸 금감원 의원면직자 수는 2017년 22명에서 지난해 62명으로 거의 3배가 됐다. 올 1분기에만 23명이 중도 퇴직했다.

특히 최근에는 1·2급 고위직뿐 아니라 3~5급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2017년 13명에 불과했던 3~5급 퇴직자는 지난해 26명으로 불었고, 올 1분기에도 17명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파워가 예전보다는 약해진 데다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인사 적체, 낮은 보수와 처우 등이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핀테크나 코인 업계가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파격적인 처우를 앞세우는 반면, 금감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선제적으로 삭감했던 임금을 올해 들어서야 정상화했다. 당시 신입 직원 연봉은 20%가량, 국·실장 및 일반 직원 급여는 5% 깎였다. 한 전직 금감원 간부는 “일이 고되어도 명예로 일했던 과거의 공직 분위기와 요즘은 다르다”며 “민간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복지와 임금 등 수준을 올려야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