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을 사려고 하는 A씨는 기준금리 인상 탓에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대출 비교 플랫폼에 접속했다. 전(全) 금융권을 통틀어 조금이라도 싼 금리를 제시하는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토스, 핀다 등 주요 대출 비교 플랫폼 어디에서도 5대 은행 상품은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와 핀다에는 주택 담보 대출 상품이 아예 없었고, 토스에는 SC제일은행과 보험사 5곳 상품이 전부였다. 제휴 금융사 상품이 50~60여 개씩 되는 신용 대출과 달리 주택 대출은 비교할 수 있는 상품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A씨는 “은행, 보험 순으로 일일이 홈페이지나 지점을 찾아다니며 금리 비교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마다 100% 비대면 주택 대출 상품을 출시한 지 오래지만,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는 이들 상품을 찾을 수 없다. 플랫폼에 종속될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제휴를 꺼리기 때문이다.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택 담보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담대 금리 비교 플랫폼에 5대 은행 모두 “노 생큐”

신용 대출 시장은 대출 비교 플랫폼이 대세로 떠올랐다. 제휴 금융사가 50~60개 이상이고, 몇 초 만에 손쉽게 금리를 비교할 수 있다. 토스·핀다가 2019년 신용 대출 비교 플랫폼을 만든 지 3년 만에 제도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KB국민·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이 플랫폼에 신용 대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 대출 비교 시장은 온도 차가 뚜렷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 모두 아직 플랫폼에 주택 대출 상품을 내주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이 약한 몇몇 지방은행이나 보험사, 저축은행 등만 적극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 대출보다 담보 가치 평가가 복잡한 데다 각종 부동산 규제라는 ‘변수’가 많아 주택 담보 대출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전산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T 전문가들은 “주택 대출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핑계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미 은행마다 다른 상품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비대면 주택 대출 상품을 출시했는데도 이 정보를 플랫폼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거센 도전을 받는 은행권에서는 주택 대출 시장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신용 대출과 달리 주택 대출은 건당 금액도 많고, 대출 기간도 훨씬 길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며 “아직 소비자들이 주택 대출은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마당에 굳이 앞장서서 플랫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주택 대출 잔액(지난달 말 기준)은 787조6000억원으로 신용 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271조6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요구 외면하기 어려울 것”

영국과 호주, 미국 등지에서는 플랫폼을 통한 주택 대출 금리 비교가 활성화돼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탄생한 영국의 대출 중개 플랫폼 ‘하비토(Habito)’는 90여 개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 대출 상품 약 2만개 중 최적의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준다. 한 대출 비교 플랫폼 관계자는 “이미 우리 소비자들은 몇 번의 클릭으로 신용 대출 한도와 금리 조회부터 신청까지 완료하는 편리함을 맛보았다”며 “5대 은행의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결국 주택 대출 상품을 비교해보려는 소비자 요구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대 은행도 결국 대출 비교 플랫폼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속도 조절을 하고 싶은 게 아니겠느냐”며 “끝까지 버티려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작년 1월 최초의 주택 대출 전문 플랫폼 ‘담비’가 등장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간 금융 샌드박스로 허용됐던 대출 비교 서비스가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정식 도입됨에 따라 다른 후발 주자들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주은영 담비 대표는 “작년 하반기 정부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금리에 민감해지면서 대출 비교 플랫폼이 활성화됐던 것처럼 올해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최대한 많은 상품을 비교해보려는 고객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1금융권도 이런 소비자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