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각종 '페이' 결제가 늘면서 가계 지출액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2%로 줄었다. 사진은 시범 운영 중인 '현금없는 버스' 모습. /조선DB

신용카드나 각종 페이(휴대폰 결제) 사용이 늘면서 현금 결제가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5일 공개한 ‘경제주체별 현금사용 행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최근 1년 동안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위해 한 달에 사용한 현금 지출액은 평균 51만원이었다. 하루 평균 현금을 2만원도 쓰지 않은 셈이다. 3년 전인 2018년 조사 때만 하더라도 현금 지출이 월평균 64만원이었는데 25%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신용·체크카드(58%)의 절반 수준으로 작아졌다. 2015년엔 현금 지출 비중이 38%, 2018년엔 32%였다.

응답자 셋 중 한 명(31%)은 비상시를 대비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보유 금액은 3년 전 가구당 평균 54만3000원에서 지난해 35만4000원으로 18만9000원 줄었다. 예비용 현금은 지갑이나 주머니 등에 가지고 다니는 돈 외에 비상시에 쓰기 위해 집이나 사무실 등에 보관한 현금을 뜻한다.

가계와 달리 기업의 평균 현금 보유액은 470만원으로 3년 전(248만원)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은은 “코로나 확산 등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해 현금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현금을 받지 않는 이른바 ‘캐시리스(cashless)’ 가게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가 최근 1년 동안 상점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년 전엔 이 비율이 0.5%에 불과했는데 14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카페 등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거부당한 경우가 64%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 사업장(14%), 기업형 수퍼마켓(5%) 등에서도 현금 결제 거부를 경험한 응답자들이 있었다. 한국은행은 “현금 거래 시 거래 내역이 회계 처리 시 누락되거나 현금 분실·도난 위험이 있어 현금 결제를 제한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