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6월 1~20일 수출액이 313억달러, 수입액이 378억달러로 76억달러 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올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누적액은 155억달러에 달해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때보다 컸다.

수출액은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이틀 줄면서 3.4% 감소했으나, 수입액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26.8%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믿었던 수출마저 주춤

호조를 보이던 수출마저 이달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발간하면서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차질,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이달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액은 389억2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1%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수입 증가율(40.9%)이 수출 증가율(39.7%)을 상회한 이후 수입 증가율은 월간 기준 12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60억600만달러), 석탄(16억9800만달러), 가스(15억5700만달러)의 합계 수입액은 92억6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5억2800만달러)보다 67.5% 증가했다.

올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액은 154억6900만달러다.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은 이미 지난 10일 138억2200만달러로 외환 위기 직전인 1997년 상반기(91억5650만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이대로 가면 195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상반기 최대 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무협) 통계에 따르면 1956년 이후 반기 기준 무역적자 규모가 가장 큰 시기는 1996년 하반기로 당시 적자는 125억5000만달러였다.

◇무협 “올 무역수지 적자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클 듯”

무협은 올해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9.2% 증가한 7039억달러, 수입은 16.8% 증가한 718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4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147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무역적자(132억6741만달러)보다도 큰 규모이며 1996년(206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보고서는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수출뿐 아니라 수입도 계속해서 증가해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5월 기준 원유·천연가스·석탄·석유제품 등 4대 에너지의 수입이 총 수입의 4분의 1 이상(27.6%)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원유 도입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원유 증산 결정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 폭은 상반기 적자 폭(114억달러)보다 다소 축소된 33억달러로 예상됐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우리 수출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하반기 글로벌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원자재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 제조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제고와 수입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