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무주택 월세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율이 12%에서 15%로 늘어난다. 전세자금대출 원리금의 소득공제 연간 한도는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된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3년 9개월 만의 최고치인 5.4%로 집계되는 등 물가가 급등하고 금리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무주택자의 월세와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올해분 연말정산(직장인)이나 종합소득세 신고‧납부(자영업자)부터 새 공제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소득공제는 소득세 부과 대상 연 소득을 줄여줘 세율을 곱하는 과세표준을 낮춰주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는 53만명, 전세대출원리금 소득공제는 89만명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월세 세액공제율을 12%에서 15%로 확대하기로 했다. 직장인 기준 무주택 세대주로서 세 들어 사는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의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이거나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경우 월세 1년치의 일부를 750만원 한도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연 소득 5500만원 이하는 공제율이 12%이고, 5500만원 초과 7000만원 이하는 10%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고쳐 이 비율을 연 소득 5500만원 이하 무주택자는 15%, 5500만원 초과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는 12%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전세대출 이자‧청약저축 공제한도 300만원→400만원

또 전세자금대출 원리금과 주택 청약저축 납입액의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준시가 5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주택에 세 들어 사는 무주택자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연간 전세자금대출 원리금의 4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원금을 나눠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세자금대출 원리금의 40%와 청약저축 납입액의 40%을 합쳐 연간 한도는 300만원이다. 정부는 이 한도를 400만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는 A씨가 2억원의 전세자금대출(연 이율 4%)에 대해 작년 한해 800만원(월 66만6667원)의 대출 이자를 냈고, 연간 120만원(월 10만원)의 청약저축을 은행에 납입한 경우 연간 전세대출 이자와 청약저축 납입액 합계는 920만원이다. 40%는 368만원이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한도액인 300만원만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제액 한도가 400만원으로 늘어나면 368만원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월세와 전세대출 원리금 공제는 직장인 기준 올해분 소득세를 확정하는 내년 1월 연말정산 때 자영업자는 내년 6월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때 신청하면 된다.

20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월세 관련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갱신요구권 이미 쓴 세입자 저금리 전세대출 한도 확대

정부는 또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월세 세입자 가운데 내년 7월 안으로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에 대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늘려주기로 했다.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은 2020년 8월 도입됐다. 오는 8월부터 더 이상 계약갱신요구권을 쓸 수 없어, 큰 폭으로 오른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세입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연봉 5000만원 이하 만 19~34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 대출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을 바탕으로 금리를 낮춰주기 때문에 금리가 연 1.8%~2.4%로 낮은 편이다. 현재 수도권 기준 보증금 3억원 이하 전세나 보증부 월세에 한해 1억2000만원까지 빌려주는데 보증금은 4억원으로, 대출한도는 1억8000만원으로 각각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8월 첫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의 기준이 된 최초 신규 계약 시점인 2018년 8월에 비해 지난달까지 수도권 전세 평균 가격이 43% 쯤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 한도를 늘렸다”라며 “올해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1년간 실시하고 향후 연장 여부는 따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상생임대인 제도 2년 연장…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

정부는 또 전월세 계약 갱신 때 세입자가 내는 전세나 월세 인상폭을 5% 이내로 맞춘 이른바 ‘상생 임대인’의 요건과 혜택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임대 당시 기준시가 9억원 이하 1주택자만 상상 임대인으로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부산 해운대구 등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이 집에 2년 이상 실제 거주해야 하는데 상생 임대인은 거주 요건이 1년으로 완화된다. 정부는 7월 안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1주택자뿐 아니라 향후 1주택자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에게도 상상 임대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2년 거주요건을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최대 4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추가된다.

기획재정부는 “전세금이나 월세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임대인을 늘리고 실거주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 소유 집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세입자가 연쇄적으로 퇴거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상생 임대인 요건과 혜택 완화 조치는 상생 임대인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작년 12월 20일 이후 임대 주택부터 소급해 적용된다. 정부는 또 상생 임대인 제도 운영 기한을 올해말에서 2024년말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