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NEWS입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구리 가격이 이번 달 들어 11% 떨어져 월간 손실 기준 30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7월물 구리는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파운드당 3.944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는 구리 가격이 t(톤) 당 8122.5달러로 마감해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요.
이 현상을 두고 블룸버그는 “연준의 긴축은 수요에 타격을 주는데, 식량과 휘발유 등 필수소비재보다는 자동차 등 임의소비재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구리는 시장에서 실물경제 선행 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칭을 갖게 됐습니다. 전자, 전기, 자동차, 건설 같은 제조업뿐 아니라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사업에서도 널리 쓰이다보니 구리 가격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요.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2020년 3월부터 코로나가 확산하자 공급 감소 우려로 꾸준히 오르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낙관적 해석이 나왔지만 시장은 그렇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근 2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시장은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산업생산의 기반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침체를 예상하고 생산을 줄이려 한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화가 심화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글로벌 수요와 공급 같은 거시경제적 요소로 원자재 가격이 결정됐다”고 했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거시경제 흐름 간 연관성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인플레이션 고점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꼬여있는 공급망 이슈가 해결돼야 합니다. 그러나 자원강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원유는 OPEC의 소극적 태도로 공급이 대폭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공급 축소를 부추기는 요인이 많아 고물가가 단기간에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와중에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니 시장은 이른바 ‘R의 공포’를 떠올리는 것이지요.
주요 선진국에서는 수요 둔화와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제조업·서비스업 합성 구매관리지수(PMI)는 5월 53.6에서 6월 51.2로 떨어졌습니다. 미국주식 투자자들은 달마다 꼭 한 번씩은 확인하는 주요 지표이지요. PMI는 50.0 미만으로 내려가면 경기 위축을 의미합니다. 낮아질수록 투자자에게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미국 CNN은 26일(현지 시각) “분명히 하자면 최소 아직까지 불황은 아니다. 그러나 상품시장에서부터 주택부문에 이르기까지 경기침체로 돌아서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To be clear: we are not in a recession, at least not yet. But signs of an economic downturn are cropping up all over, in sectors from commodities to housing.)”고 했습니다. 또 “구리 가격은 글로벌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Copper prices are just starting to account for the fact that global growth is slowing)”고 짚었습니다.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서서히 성장보다 침체(recession)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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