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퍼펙트스톰(총체적 위기)’이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1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금융시장 전문과들과의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는 양상이고 계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과 빨라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까지 감안하면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고 어쩌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원장의 경고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져 연준 등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금감원은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에 대비해 위기 대응 능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금융사의 유동성 확보를 독려하는 한편 개별 금융사의 위기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에 조기 안정화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에 “최근 인플레이션이 수요와 공급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통화 긴축만으로 억제가 어렵다”라며 “부채 증가로 인해 금리 인상이 경제 주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위험 요인으론 국제 유가(인플레이션), 수출 부진 가능성, 기업 실적 불확실성 등 3가지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외 지급 능력 등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 및 기업 실적 등을 볼 때 증시의 하방 지지선이 견고하다”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성장 둔화와 자산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안정화 비용으로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안정과 통화정책 신뢰성 제고라는 경제적 편익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석길 제이피모간체이스 이코노미스트,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