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가 작년 7월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지고 반년 만에 대부 업체 이용자가 11만명(8.9%)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부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11만명 중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 것인데 역설적으로 저신용자들을 아예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모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부업 이용자는 2018년 말 221만명에 달했는데, 작년 말에는 112만명으로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반 토막이 된 대부업 시장

금융감독원이 30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대부업 대출 평균 금리는 14.7%로 6개월 전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 이용자들의 금리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2018년 6월 말 이후 줄곧 감소했던 대출 규모는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소폭 늘었다. 작년 말 대부업 대출 잔액은 14조6429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0.9%(1288억원) 증가했다.

대부 업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금융 당국이 은행권 대출을 조이면서 일종의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오르는 것)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대부 업체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저축은행 대출이 한 달에 몇 조씩 늘었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대부 업체들의 폐업이 계속되면 대출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계 대형 대부 업체들은 적자 등을 이유로 이미 한국 시장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신용도, 담보도 없는 저신용자가 높은 이자를 내더라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던 대부 업체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부 업체들이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신용자 등을 위주로 대출하고,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 업계는 신용대출 위주였지만, 작년 6월부터 담보대출 비율이 신용대출을 앞서 작년 말 기준으로는 52%(7조6131억원)가 담보대출이었다. 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자 대부 업체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부 업체 관계자는 “대부 업자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는데, 거액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이 이뤄지면서 기존에 주로 대부업을 이용해 온 ‘소액’ ‘급전’ 저신용자 대출은 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했다.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

서민금융연구원이 작년 12월,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대부 업체 12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 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후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의 68.4%는 법정 최고금리 20%보다 높은 사채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5%는 1년 기준으로 원금 이상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고, 연 240% 이상 금리를 지급하고 있다는 비율도 25.6%에 달했다. 이 중 불법 사금융인 줄 알고 빌렸다는 응답자는 57.6%였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혜택이 일부 차주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부 업계에서는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올려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 대형 대부 업체 임원은 “이런 금리 상승기에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제한해 놓으면, 우리로선 리스크가 큰 취약차주 대출을 취급할 수가 없다”며 “카드사나 저축은행 대출 금리도 상한이 20%에 육박한 상황인데, 자금 조달력이 떨어지는 대부 업체에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신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하고, 불법 사금융 단속 및 피해 구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저신용자들이 급전 등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신용자 신용 공급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