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월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로 치솟자, 물가 정점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 정부는 유가와 곡물 가격이 하락세라는 점을 근거로 7월부터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외신들은 “주거비와 인건비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아직 물가 하락은 이르다”는 반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6월 물가 상승률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구닥다리(out-of-date) 통계”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데이터는 6월 중순 이후 주유소에서 갤런당 약 40센트 가격이 내려갔던 최근 30일간의 유가 하락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 탓에 지지율이 30%대로 폭락, 물가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6월 중순부터 글로벌 침체 우려로 꺾이기 시작, 최근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지며 고점 대비 20% 하락했다. 국제 곡물 가격도 하락세다. 13일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1t당 293.3달러로 한 달 전보다 25% 떨어졌다. 옥수수·콩 가격도 올해 고점 대비 약 10%씩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14일 미 농무부 자료를 분석해 “3~4분기 국제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KREI는 “현재 미국·캐나다 등 북반구 주요국 밀 작황이 양호하고, 브라질에서 옥수수 수확이 원활하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 안정은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계의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고공 행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급등하는 주거 비용은 올해 인플레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뉴욕주 임대료 중위 값은 4157달러로 1년 전보다 26.5% 치솟았다. 14일 발표된 6월 미국 생산자 물가 상승률도 11.3%에 달했다. 지난 3월 11.6%를 기록한 미 생산자 물가는 11%(4월), 10.9%(5월)로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6월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선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제조·물류·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일손이 부족해졌고, 그에 따른 임금 인상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또 오미크론 하위 변이 재확산 등 변수도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