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6월 이후 6%대에 있고 9월, 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연말 물가 수치 전망(연간 4.7%)에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6%를 훨씬 상회해 7%, 8% 물가가 상당 기간 고정화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고물가 상황이 기조적으로 안착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지금 물가가 7%, 8%, 혹자는 9%(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추가적인 돌발상황이 없으면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고 6%대에 있긴 할 것”이라며 “단기적 물가 수준은, 예를 들어 특별한 기상 여건 때문에 채소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론 (7%대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봤다. 추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만남에서 세계 경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견해를 들었고, 현장 분위기를 볼 때 7월에 발표될 IMF 성장 전망치도 지난 4월에 비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경제 둔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물가 전망치와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지난번에 했을 때보다 그 이후에 여러 지표가 조금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조정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며 “그게 어떤 형태로 IMF 전망에서 나타날지 현재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고 저희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추 부총리와의 양자 면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지난 4월 대비 한층 어두워졌다”며 “한국 경제는 좋은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주요국 대비 둔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였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또 “(한국의) 환율 절하 수준은 다른 나라 대비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재정·통화 정책 간 최적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 때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 문제가 의제로 오르느냐는 질문에 “양국의 경제 관심사, 세계 경제 흐름 등에 관해 여러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특정한 건에 관해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오는 19∼20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