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으로 증시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역(逆) 머니 무브’가 한창인 가운데, 하나은행이 1억원 이상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연 3.8% 금리를 주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금리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보다도 높은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직후부터 1억원 이상 신규 예금에 3.8%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단 다른 금융회사에서 새로 자금을 끌고 온 경우에만 이 같은 혜택을 준다.
3.8% 금리는 현재 하나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3.3%)보다 0.5%포인트 높고, 5대 시중은행 최고금리(신한은행·NH농협은행 3.4%)보다도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최고 3.6% 수준이어서, 업계에선 ‘파격적 금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지점에서 2억원을 가입한 40대 고객 A씨는 “불과 며칠 전 타 은행에서 3.1%짜리 금리도 높다면서 가입했는데, 3.8%짜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2주 만에 해지하고 돈을 가져왔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금리가 1%대였는데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니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말했다. A씨는 3.8% 금리에 1억원을 예치하면 이자로만 세후 321만원을 받을 수 있어, 기존 3.1% 금리 대비 60만원 가까운 이자 수입을 더 얻게 됐다.
이제까지 은행들이 금리를 더 얹어주는 특판예금은 신규 고객이거나, 한동안 거래하지 않던 고객이 거래를 재개했거나, 카드 등 각종 상품에 가입하거나, 수십억에서 수백억 단위의 큰돈을 맡긴 법인 고객들에 한해 받아주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하나은행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가져온 경우 특판금리를 주는 게 특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기관별로 예금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은행으로 돈이 모이는 와중에 하나은행이 유치전쟁을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다, 다음 달부터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비교 공시가 시작된다는 점도 염두에 둔 전략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타 은행들도 예금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를 연 3.25%에 우대금리 0.15%포인트를 더한 3.4%짜리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을 내놨다. 우대금리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알고 실천하기’ 같은 문항에 서약만 해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