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의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 실적이 비교 공시됩니다. 그동안은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인데 이달 말쯤 올 상반기 실적이 은행연합회 등 업권별 협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뒤 승진이나 급여 상승 등으로 상환 능력이 커지면 금리를 내려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금융 당국이 활성화를 위해 각 금융회사가 금리인하 요구권을 받아들인 실적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난처하게 됐죠. 금리인하 요구권이 몇 건이나 신청됐고, 그 가운데 몇 건이나 받아들여졌는지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수용률이 낮으면 비판을 받을 테고, 그게 싫어서 수용률을 높이려면 대출 이자를 깎아줘야 하니 말입니다.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 공개로 금융회사 간 비교를 하게 되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금리를 깎아주는 폭은 가급적 줄이면서, 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인하 요구권으로 금리를 얼마나 깎아줬느냐보다는 몇 건 중에 몇 건을 수용했느냐가 먼저 눈에 띌 테니 그런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금융회사들은 솔직히 고민스러운 모양입니다. 지난해 수용률이 은행권 평균을 밑돌았던 한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금리인하 요구권을 편리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비대면 접수를 할 수 있도록 했더니 신청이 급증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수용률이 낮아져 곤혹스러웠다”고 하더군요.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 지시에 따라 고객들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알리고 있는데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결국 이자 수익이 줄어들고, 홍보를 안 하면 ‘나쁜 은행’으로 비난받을 수 있어 적절한 수위를 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 금리도 뛰고 있습니다.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지는 거죠. 이러면서 금리인하 요구권에 관심 갖는 대출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수익이 늘어날 금융회사들이 억지춘향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금리인하 요구권을 홍보하고 적절하게 금리를 인하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