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숨바꼭질하는 로봇, 140인치 화면을 보여주는 안경, 고양이 체성분을 측정하는 사료통….
지난 2~6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IT·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는 닷새 동안 숨 가쁜 신기술 경쟁이 펼쳐졌다. 전 세계 1400여 가전·IT 업체가 참여했고, 10만명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올해 전시회엔 반려 동식물 관련 제품과 웨어러블 기기, 에너지 절약형 가전과 같은 이색·혁신 가전제품이 주목받았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 이어 반려로봇까지
올해 IFA에서는 동식물 관련 제품이 인기였다. 프랑스의 인복시아는 반려견의 호흡과 수면·운동을 측정하는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강아지 목걸이’를 전시했다. 주인은 목걸이와 연동한 앱으로 반려견의 건강 이상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리틀캣은 고양이 AI(인공지능) 체성분 검사기 ‘인펫’을 선보였다. 체중계처럼 생긴 기기에 사료통을 달아놓은 모양인 이 제품은 LED 불빛으로 고양이를 유인해 고양이가 밥을 먹는 동안 체성분 검사를 진행한다. 측정 결과는 AI로 자동 분석돼 비만 가능성과 예상 성장 속도를 보여준다.
식물 재배기는 10여곳의 업체가 출품해 새로운 ‘대세 가전’이 됐다. 이탈리아 헥사그로는 나무 모양으로 쌓을 수 있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 ‘파밍트리’를 공개했다. 독일의 대표 부품 업체 보쉬는 씨앗 캡슐을 넣기만 하면 50여 가지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스마트 그로라이프’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틔운’을 출시한 LG전자 관계자는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을 위한 기기들이 코로나 이후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한 로봇들도 등장했다. 인도의 미코는 디즈니와 협업한 어린이용 AI 로봇 ‘미코3′를 전시했다. 3개의 바퀴와 스마트폰 크기의 얼굴(모니터)이 달린 이 로봇은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고, 역사·예술과 관련된 대화도 가능하다. 디즈니와 협업해 알라딘과 같은 유명 캐릭터들의 목소리와 영상이 탑재됐다. 한국의 매크로액트가 선보인 AI 고양이 마이켓은 안면·음성 인식으로 주인의 감정을 확인해 반응한다.
◇첨단 안경·친환경 제품 경쟁도 치열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안경·시계 같은 다양한 웨어러블 제품도 공개됐다. 중국 레노버가 IFA에서 최초로 선보인 ‘글라스 T1′은 ‘안경처럼 쓰는 모니터’를 지향한다. 스마트폰·PC 등과 연결하면 기기의 화면을 안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중국 1위 TV 업체 TCL이 내놓은 ‘넥스트웨어 S’는 안경만 쓰면 4m 거리의 140인치 TV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안경 다리에는 소형 스피커가 달려 별도의 이어폰도 착용할 필요가 없다. 대만 와이즈칩의 ‘스마트 사이클링 안경’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주행 시간·거리·속도 정보를 볼 수 있는 AR(증강현실) 안경이다. 화웨이의 워치 D는 시곗줄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도 주목 받았다. 미국 샤크의 무선 진공청소기는 카펫의 깊이를 감지해서 흡입 강도를 자동 조절한다. 깨끗한 바닥을 지날 때는 배터리를 적게 쓰고,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진 카펫을 지날 때는 흡입 강도를 최대치로 올린다. 독일의 밀레는 가전제품이 소모한 물과 전력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밀레앳홈’ 앱을 선보였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유럽에서 전기 요금이 폭등하면서 에너지 절감 기능이 강조된 가전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 하이얼의 산하 브랜드 캔디는 냉장고 표면을 패널 교체식이 아니라 자석을 이용해 탈부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지만, 외관이 고급스럽지는 않다는 평가다.
베를린(독일)=이벌찬 기자